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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
저자: 손민석
출판사: 마인드빌딩
출간일: 2025년 2월 27일

생각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대통령에게 권한과 기대가 집중되어있는 현상을 기반으로 비판하는 정치 비평서입니다. 주된 꼭지를 윤석열 시대의 발언들로 잡고 있지만 하나의 정권보다는 좀 더 한국 사회에서 오래 지속되어 온 모습들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텍스트의 즐거움』 을 대여하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신착도서 서가에 있는 것을 보고 요즘 제 문제의식을 정확히 찌르는 제목이라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선거 때 도망치지 않는 것이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거리로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할 일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에 무한책임을 지니고, 명목상으로도 스스로가 살고 있는 사회의 주인인 사람에게 있어 그것만으로 사회가 주인이 바라는 대로 돌아갈 리가 없을 것이며, 실제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소비자주의라는 문서를 쓸 때 생각한 것도 이런 것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생각 중에는 대통령을 우리 편으로 뽑아놓았는데 왜 나라가 우리 원하는 대로 안 가냐, 하는 생각도 포함됩니다. 저는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시민들이, 윤석열을 탄핵하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뽑은 시민들이 실망하는 모습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공적·사회적 가치가 대통령과 같은 '정치 지도자 개인'으로 환원되어 표출되는 현상을 전제주의라 칭하며(p.12, p.97 등), 이 책의 주된 비판 대상으로 삼습니다. 여기에는 관료집단, 정당,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무력화되고 대중 운동이 대통령의 정치 동력으로 직접 연결되는 현상이 포함됩니다. 이런 현상을 비판하며 저자는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여러 방향을 제시합니다.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입법부 및 정당의 위치 확립,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자율성과 커버리지 제고, 정당의 전문화 같은 것들 말이지요. 여러모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고민들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시민들이 조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은 거기에 동의하고 더 나아가 레닌주의적으로 조직에 충성하도록 습속을 형성할 정도의 고민과 결단 없이 그런 시도는 쉽게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거부감이야 들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몇 가지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저자가 비판하고자 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반대편에 놓여 있어 이상적인 항으로 소환했나 싶은 '근대 사회'나 '근대 국가'라는 게 과연 이 논의에서 적합한가 싶은 것이지요. 저는 일단 그런 게 존재했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제가 과문하여 잘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야 하고 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그 모습을 헤겔이나 마르크스가 봤던 '유럽적'인 공간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시아적 특질인 전제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아시아인이 역사발전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방법으로 꼽는 것도 어떤 종류의 수사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적 경험에서 신자유주의를 배제하고 설명하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통치 행태는 파시즘과 전체주의가 아니라 전제주의라 개념을 잡으면서 좌파들의 '신자유주의' 설명도 거부하는데, 이 때 근거로 드는 것은 1990년대로부터 2019년까지의 GDP 대비 복지지출의 증가와, 년도가 확실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연평균 상승률입니다.(pp.135-137) 저자가 신자유주의라고 보기에 높다고 언급한 수치는 7%인데, 통계를 확인해보면 이 설명이 들어맞는 시기는 2010년대이고, 2020년대에는 그보다는 꽤 낮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통치 형태와 재정전건성에 대한 집착을 이야기하다가 왜 이전 시기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국적 경험'으로 넘어가는건지 논지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용어설명집의 신자유주의 항목에서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핵심으로 하여 국가의 사회개입에 반대한다'는 설명이 있는데(p.12) 『내전, 대중 혐오, 법치』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근본 논리로 시장의 규율 권력을 창조하고 보강하는 국가기관을 강화하는 것을 듭니다: 국가가 사회에 개입하여 경제적 자유주의를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전제주의라는 개념으로 이 책이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제가 생각하는 것)를 설명하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배제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논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극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어떻게 말하자면 정말 우연하게 만난 책인데, 생각하던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고민이야 깊어지지만 이런 우연하고 기분 좋은 만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