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저자: 스즈키 유이(鈴木結生)
역자: 이지수
출판사: 리프
출간일: 2025년 11월 18일
원서명: ゲーテはすべてを言った
원서 출간일: 2025년

생각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괴테의 명언이라 알려진 말을 우연히 접하게 되어 그 근원을 찾는 괴테 학자를 주인공 삼아, 지식을 탐구하는 것의 의미와 삶과 나이듬, 가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마침 제가 『조선은 청제국의 무엇이었나』를 다 읽은 날 와이프가 이 책을 다 읽고 추천해주어 읽게 되었습니다.

가족 식사에서 발견한 티백의 명언 중 괴테의 말이라고 적혀있지만 당장 괴테 학자인 자신에게 금시초문인 문장을 발견한 주인공은 그것의 출처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문장이 꽤나 본인의 괴테 연구에 부합하는 핵심적인 문장처럼 느끼고 몰입하게 된 주인공은 학문과 가족, 삶의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깔끔하고 흥미를 돋우는 요소들, 제가 보통 '지적 허영심'이라고 부르는 감정을 자극하기 좋은 요소들로 차 있는 책입니다. 이 블로그의 포부를 밝힌 글에도 적혀있는 간디의 명언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출처불명의 명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굳이 저 글에서 간디의 말이라고 쓰지 않은 것처럼, 인용은 하고 싶은 말이지만 정작 인용할 인물이 불명확한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주인공 또한 학자로서의 양심, 혹은 규범에 따라 명언의 출전을 확인하는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정이 어떻게 마무리지어지는지는 직접 읽어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되는 책입니다.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가 병치되며,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사물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논하는 부분에서는 『하이퍼객체』가 제시하는 세계관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괴테라는 한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세계의 명백한 한계, 인간 인지를 벗어나는 시공간에 위치하는 개체들. 그럼에도 세계 전체를 조망하려 했던 시도와 생태론적 접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위상 조정. 혼연일체와 끈적거림.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지점도 포함해서 고민하며 함께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명언 만화로 시작하려 했던 『버나드 양이 말하길.』도 생각나는 독서였습니다. 뭐 명언 말고는 공통점이 많지는 않지만요.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썼다고 하는 짧은 글「괴테의 미발견 편지에 대하여」은 실존하는 페이지입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이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