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저자: 피에르 다르도(Pierre Dardot),크리스티앙 라발(Christian Laval), 피에르 소베트르(Pierre Sauvêtre), 오 게강(Haud Guéguen)
역자: 정기현
출판사: 원더박스
출간일: 2024년 2월 29일
원서명: Le Choix de la guerre civile: Une autre histoire du néolibéralisme
원서 출간일: 2021
생각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그 실현의 과정에서 권력을 활용하는지를 분석한 책입니다. 법치라는 이름 아래 국가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 신자유주의의 지배 형태를 '내전'이라는 단어를 통해 정렬한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역사적인 순간, 오늘날 우리가 겪는 현상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디스이즈텍스트에서 산 책입니다.
고전적인 시장 자유주의와 비교해 신자유주의의 특징을 거칠게 설명하자면, 시장 자유주의가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을 하게 둬라' 였다면, 신자유주의는 '시장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게 통치가 개입해야 한다'일까요.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시장이 원하지 않는 개입이라고 느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도록 법을 제정하고, 헌법으로 고정시키는 것을 '법치', 내부의 적으로 상정한 국민을 제압하고, 그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생기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내전'이라 가리키며 신자유주의와 권력의 상호작용을 설명합니다.
파시즘, 권위주의, 극우 포퓰리즘 등 과거와 오늘날의 권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신자유주의를 비교하고, 어떻게 협력했는지, 무엇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설명한 이 책은 민주주의가 여러 측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출간일을 보니 2024년 12월 3일 이전에 번역출간된 책이라, 출간 시기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의 사례가 해제 등에서 언급되었을 수도 있었을까요? 오싹합니다.
이 책을 비롯해서 많은 저자들, 특히 마르크스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코뮌, 혹은 커먼스(commons)입니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에서도 언급되었고, 우치다 다쓰루도 커먼즈에 관한 책을 썼지요. 제가 커먼즈에 관한 이야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라는 하나의 체계가 모든 문제를 풀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힘을 실어주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임들이 때로 연대하고 때로 반대하며 갈등 속에서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것. 저는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도 이와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이 귀결은 당연한데, 이미 민주주의의 적들은 그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주의와 독재라는 수단으로 민중의 적임을 확실히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 법조와 정치 엘리트, 군벌, 학자들이 때로 협조하고 때로 반목하고 때로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며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익을 착취하는 구조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지적하듯 말이지요. 시장이라는 강력한 힘을 지렛대 삼고, 정권이라는 견제받기 쉬운 장치와 운명을 함께하지 않는 싸움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싸움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싸우고 있는 내전은, 계급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선 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이 좌파 정권이 신자유주의가 기획한 판 위에서 놀았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시민들이 군도화된 것을 전제로 그 연대를 추구하는 것 또한 신자유주의 기획 하에서 싸우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이 저자들이 좌파 정권들이 주어진 판에 끌려다녔다고 비판하는 데 동의할 수 있지만, 좌파 의회주의자들도 이 저자들이 제안한 대안만큼은 최선을 다한 결과 아닐까요.
책의 저자들은 파리 코뮌 당시 정부군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내전의 한 세력으로 여겨지는 것을 거부한 사례를 들어 내전을 넘어 혁명으로 대항한다는 전략을 제시합니다만, 글쎄요. 전쟁이라는 게 상대방은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전쟁이라고 생각 안 하면 되는 일이었을까요? 이 책이 다룬 신자유주의의 '내전' 전략은 수사적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만, 거기에 맞서서 '혁명'으로 답해야 한다는 결론은 제게는 레토릭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 없이는 허망하게 끌려갈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유발하는 다음 독서는 아마도 좀 더 작은 실천에 대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