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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저자: 박홍규
출판사: 틈새의시간
출간일: 2023년 6월 23일

생각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은 마르크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이자 활동가였던 아나키스트 미하일 바쿠닌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평전입니다.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입니다. 바쿠닌이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전기 작가들에 의해 부당하게 평가받은 것을 바로잡고 그의 삶과 사상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하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여러 논쟁에 휘말렸으며 지저분한 사생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바쿠닌의 삶은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E. H. 카가 평전으로 남긴 것이 유명합니다만, 저자는 그가 내보이는 바쿠닌의 평가와 해석을 비판하며 충분히 가능해보이는 다른 해석들을 제시합니다.

풍파 많은 삶을 거치며 형성된 바쿠닌의 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그가 어떻게 사상적으로 마르크스와 다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와 대비시키는(pp.335-336) 바쿠닌의 사상, 그러니까 아나키즘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바쿠닌이 마르크스주의를 국가를 정당화하고 영합한다고 비판한 내용(p. 358)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나온 마르크스 사상을 다룬 책을 읽다 보면 마르크스는 소련 같은 게 아니라 코뮌주의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같은 주장을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이걸 대충 마르크스로 평생 연구밥을 먹던 사람들이 1991년 이후 출구전략을 이렇게 택했나 싶은 식으로 비꼬아 읽게 되네요.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라거나…. 마르크스의 여러 선구적인 면모 중에서, 오늘날 더 유의미해보이는 것을 발굴해 조명하는 느낌이고, 오늘날 그게 뭐냐 하면 참여적인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만드는 코뮌주의다, 라는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런데 바쿠닌을 다룬 이 책을 읽으면 마르크스주의에는 국가 권력과 영합하여 또다른 억압 체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있고, 바쿠닌의 아나키즘이야말로 (오늘날 마르크스를 인용하는 사람들이 찾는) 코뮌주의에 가깝다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저는 굳이 둘 중 한 쪽의 편을 들고 싶지는 않네요.

두 가지 정도 의아한 부분이 있는데,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서유럽 국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사람의 삶에 대해서 쓰는데 참고한 자료가 대부분 영어권의 서적인 것이 그 중 하나인데, 이게 과연 평전으로서 충분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바쿠닌의 저술을 인용한 것처럼 큰따옴표 안에 넣은 채로 "…~은 논리적이고 자연적이며 절대적으로 불가피한 팩트다. ~"(p.356)라고 쓴 부분인데, 원문이 어땠길래 이런 표현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팩트, 절대적으로 불가피한 팩트라…….

블로그 초창기에 『아나키즘』을 읽은 이후로 매우 오랜만에 읽는 아나키즘 관련 서적인데,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쿠닌이 살았던 19세기 이후로 지구는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의 러시아를 기점으로 한 그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과 꽤 달라보이지만, 그렇게 다른가? 여전히 그의 고민에서 이어지는 교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읽고 고민해 봐야 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