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비자주의
국가소비자주의(State Consumerism)란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가 자신을 대표하는 대의제 국가를 자신이 구매한 상품처럼 여기며, 내가 이미 가격을 지불한 상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무제한적인 보장과 감정적인 만족을 요구하는 주의주장을 가리킨다. 혹은 내가 그렇게 가리키고 싶다.
선출직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시기적이나 위치적으로 책임이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비판한다.
사회와 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꾸려갈 수 있는 부분에도 국가의 개입을 요구한다. 혹은, 국가가 아닌 단체가 자율적인 규정으로 무언가를 운영하려 할 때, 그것을 공권력의 개입으로 방해하려 한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에게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고 믿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한다.
행정부 휘하의 기관에서 일어난 일이 모두 대통령 책임일 수는 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주권자인 국민의 책임이 아닌 일은 뭐가 있나? 실제로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왜 그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내버려 뒀는지는 알려고 해 보았나? 왜 알아야 하는가? 주인이니까. 우리는―아무리 그래 보여도―정치인과 공무원과 법조인들에게 세금과 표를 지불하고 공공 서비스를 사는 게 아니다. 대의제에서 최종 책임은 이 땅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최종적으로 결재한다는 전제로 대의제를 꾸려나가야 하며, 국가를 거래 상대방으로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세부를 이해하고, 공무원과 세금을 통해 집행되었을 때 경색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시민사회를 조직하여 지탱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체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처우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일들은 소비자라면 해도 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