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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즐거움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텍스트의 즐거움
저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역자: 김희영
출판사: 동문선
출간일: 1997년 2월 8일
원서명: Le Plaisir Du Texte / Leçon
원서 출간일: 1973년(텍스트의 즐거움)/1977년(강의)

생각

『텍스트의 즐거움』은 롤랑 바르트의 후기 이론, 특히 텍스트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책의 제목으로도 채택되고 중심에 있는 「텍스트의 즐거움」, 「강의」를 중심으로 에세이, 강의록, 대담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저는 「저자의 죽음」이라는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바르트가 텍스트에 대해서 한 여러 이야기를 알 수 있었는데, 텍스트와 작품의 차이, 저자라는 단어를 어떻게 썼는지와 같은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작품/텍스트에 대해 말하고 '저자의 죽음'이라는 개념을 언급할 때 작품과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섞어 쓰고 저자를 텍스트를 만든 사람으로 쓰기 쉬운데, 「저자의 죽음」에서는 저자가 쓴 것은 작품이고 텍스트는 작품과 대비되는 개념이며 텍스트는 필사자에 의해 길어올려진(p.33)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저자의 죽음'이란 개념을 언급할 때, 결국 작품과 텍스트를 혼용해서 쓰더라도 원래 어떻게 쓰였는지는 조금 기억하고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책 전반적으로는 바르트가 책과 글(작품으로 볼 수도 있고, 텍스트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읽을 때 어떤 자세로 읽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읽기의 방법론'에 대해 논하는 것 같습니다. 바르트는 우리가 읽는 과정에서 무시되어왔고 추구하고자 하는,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의미를 생산해내는 읽기의 필요성에 대해 논합니다. 즐거움(Plaisir)과 즐김(Jouissance)이라는 개념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최근에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를 읽기도 했는데, 이 책과 그 책 둘 다 어떤 문장이나 개념을 인용하기 전에 좀 더 원전이 뭐라고 말했는지를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성실한 태도인 것 같아서 결심하게 된 독서입니다. 이러다보면 내가 예상했던 것과 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꽤 있지요. 인용하고자 했던 개념이 다른 경우도 있고, 책의 초점이 해당 문장에 있지 않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쓰던 글도 수정을 하게 되고, 제 머리속의 어떤 구조도도 수정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이런 과정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어떤 면에서 즐기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글 자체를 쓰면서도 느끼지만 생산적 읽기라는 개념도 그렇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의미가 없나 싶기도 하네요. 제가 이 글을 멀쩡하게 쓰려면 일단 여기서 다루는 책을 만족스럽게 읽어야 하고, 읽기와 쓰기가 꼬리를 물며, 내가 뭘 하는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한 상태로서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고, 책의 내용과 그 내용의 실천이 메타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문장의 마무리는 프랑스어 문장을 번역한 책에서 자주 보이는 명사나 조사로 끝나는 문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