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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제5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 정진명

제5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의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단축키와 시각, 청각, 반복 훈련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관한 글, 『소버린 타워』의 특징적인 시스템과 세이브 로드, 게임 바깥의 수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어떤 역학에 관한 글, 그리고 운의 지배를 강하게 받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글 총 세 편이 수상하였습니다. 세 편 모두 읽어볼 만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사실 오늘 글은 여기 수상한 글들보다도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지면을 할애한 글입니다. 저도 이번 게임비평공모전에 응모하였고, 낙선하였습니다. 이에 관해서 조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하면서 꽤 많은 텍스트를 의식적으로 읽어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도 했지만, 게임을 읽기도 했지요. 그리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수지가 맞아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이 블로그에 말 그대로 하루에 한 편의 글을 2년 가까이 써 왔습니다. 제가 봐도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모를 정도로 저 자신이 대견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깜냥까지 목표를 축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요. 목표를 축소하는 지침 중에는 읽을 사람을 딱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쓸 수 있는 글을 썼고, 그 결과 제 글들은 서평을 비롯한 비평도 아니고, 리뷰라기에도 뭣하고, 일기도 아닌 글 같습니다.

게임비평공모전에 응모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을 슬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일정 이상의 내용이 담긴 글을 쓰는 것 이상으로, 글이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을 갖추어 글을 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문제는 제가 그런 글을 별로 안 읽었다는 것일까요? 물론 지난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수상작 이외의 글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수업에서 변변한 소논문 한 번 안 쓰고 문제없이 학위를 딸 수 있었고, 절대적으로 훈련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비평을 자주 읽어 온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뒀던 것이긴 해서, 블로그에 슬슬 재료도 쌓아뒀습니다. 게임 모딩 글이 바로 그 흔적이고, 이 작업과 무관하게 읽게 된 『엘리트 포획』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게임 관련 인용이 나와서 글에 우겨넣기도 하였습니다. 위에서는 독자를 고려한다고 했지만, 잘 해보지도 않은 일을 잘 할 수는 없지요. 그냥 써지는대로 썼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제목에 호응하는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완성된 글은 제가 봤을 때 이걸 다른 비평과 비슷한 글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습니다. 이런 작업에 비교적 익숙한 와이프의 검토를 통해서 흐름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글로 만들어내긴 했지만, 어쨌든 더 붙잡으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지는 시점에서 제 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지 못한 채로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뭐, 위에 쓴 것처럼 낙선입니다.

사실 수상은 언감생심이고, 심사평에서 언급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뭐 그래도 로또도 당첨되는 게 세상 일인데, 수상하는 꿈을 안 꿨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감사하게도 편집장심사평에서 제 글이 언급되어서, 길지 않은 글의 분량을 써서 언급할 정도로는 내가 독자들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아쉬웠던 점을 고친 글을 쓰는 게 한 방법이겠지요.

재미있게도 심사평에서 적힌 제 글의 아쉬운 점은 투고 전에 와이프가 지적해준 것 중에서 제가 마지막까지 고치지 못한 부분입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만 빼고 다 아는 문제이고, 저는 지금도 제 글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고집, 비평이라는 글이 줘야 하는 경험에 대한 몰이해, 장황하고 길고 쉼표를 너무 많이 쓰는 문장(제가 지금 이 순간도 제 글에서 쉼표를 얼마나 빼는지 아십니까?) 등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버릇들을 저는 내려놓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은 비평이 아닐 수도 있고, 게임에 관한 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독자를 고려해서 형식을 맞춘 글을 써보려 한다고 했지만, 그건 아마 마음에도 없는 말일 것입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것 같습니다. 그게 언젠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며 말이지요. 어떤 면에서는, 지금처럼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것도 그런 글에 도달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Updated on 2026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