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엘리트 포획
저자: 올루페미 O. 타이워(Olúfẹ́mi O. Táíwò)
역자: 권순욱
출판사: 두번째테제
출간일: 2024년 10월 15일
원서명: Elite Capture: How the Powerful Took Over Identity Politics (And Everything Else)
원서 출간일: 2022년
생각
『엘리트 포획』은 정체성 정치의 한계점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많은 지식 풍토에서, 오늘날 사회 문제의 해결 동력이 상실되는 원인으로 엘리트 포획이라는 개념을 지목하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으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에 이어 읽기로 하였습니다.
『엘리트 포획』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 프로젝트와 공공 자원의 분배가 더 자원이 많은 이들에게 왜곡되어 분배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흑인 부르주아지』라는 저작,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우화, 게이미피케이션을 들어 이것이 오늘날의 사회에서 어디에나 있고, 현실적으로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현상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엘리트 포획이 존중의 정치(politics of deference)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저해하는지를 짚고, 카보베르데와 기니비사우를 비롯한 여러 사례를 들어,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의식화를 통해 엘리트와 비엘리트와 엘리트 포획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협력하고(p.152), 조직화를 통해 전체 체계의 억압에 대항할 수 있는 부분 체계를 만들며(pp.180-181) 구성적인 접근으로 사회 내에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자(p. 187-188)는 것입니다. 방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를 두고 이야기하기보다, 방과 집을 새로 만들어나가는 것에 착목하자는 거지요.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가 우리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도망칠 수 없게 묻는 질문이었다면, 이 책은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실현시켜나가는 구조를 만들자고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결국 결론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그들이 어떠한 형태로 힘을 합쳐( coalition politics라는 말을 다른 책에서도 본 것 같은데요) 자본(이 책에서는 엘리트)의 막대한 힘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읽는 모든 책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읽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을 지금 우리가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한 옮긴이의 말이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맥락과 조금 떨어져서 흥미로웠던 점은, 『내전, 대중 혐오, 협치』에서는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되는 두 항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그 자리에 들어있는(p.60) 부분이었습니다. 제 머리속에는 그러한 대립은 실존하지만 정확한 언어로 가리키지는 못하겠는데, 짧은 시일 내에 답을 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게임, 행위성의 예술』은 원래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책이 언급했기 때문에 급하게 순위를 앞당겨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게임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 때문에 스키너 상자처럼 책을 읽는 걸 그만 둘 수 없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