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책 읽고 글쓰기
저자: 나민애
출판사: 서울문화사
출간일: 2026년 4월 30일(1판 2020년)
생각
『책 읽고 글쓰기』는 서평을 쓰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 신간 전권 훑기를 하다가, 텍스트에 관한 제 글쓰기를 점검하기에 괜찮아보여서 구매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해서 『서평 쓰는 법』을 읽었고, 작년에 『서평가 되는 법』을 읽었으니 어쩌다보니 1년에 한 권 정도는 서평에 관한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서평에 관해 제가 읽은 다른 책들에 비교한 이 책의 특징으로는 형식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기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독후감 쓰기를 이야기하는 『독자 되는 법』이 해당 꼭지에서 독후감과 서평을 연장선상에서 다루고, 『서평 쓰는 법』은 독후감과 서평을 엄격히 구분하되 사유와 내용의 치열함을 중시했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서평의 분량을 묻고, 길이와 서평의 제출형태에 따른 표준적인 형식을 제시하고, 제목과 분량, 이미지 삽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이 차이는 저자가 서평을 대하는 주된 경험의 차이겠지요. 다른 책의 저자들은 서평을 쓰는 일 위주로 고민을 해 왔다면, 이 책의 저자는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학생들의 서평을 첨삭하는 일을 많이 해 왔고, 그 입장에서의 고민이 크게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레포트'가 아니고 '리포트'라고 쓰라거나, 문장형 제목을 쓸 거면 마침표는 붙이지 말라거나 하는, '그러면 안 되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정성이 들어간 책입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제가 여기 써서 올리는 글은 이 책이 말하는 서평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글입니다. 독후감마냥 '책과 나의 만남'에 항상 분량을 할애하고 있고, 제목을 보고 방향성을 알 수도 없거니와 줄거리의 요약도 거의 없고 문단은 고통스럽게 길죠. 무엇보다 책을 이해하지 못했으면 서평은커녕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저자의 지시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책을 읽고도 뻔뻔하게 몇백 자를 써서 예약발송을 걸어놓고 있지요.
실제로 제가 쓰는 글이 서평의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일기에 가까운 글이기도 하죠. (실제로 저는 『일기 쓰는 법』의 내용도 확인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저는 왜 이 글들을 굳이 공개하고 있을까요?
왜 생각을 굳이 써서 남기는가?에 그 이유의 절반을 적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읽히는 것을 위해 최적화된 글 투성이입니다. 대형언어모델이 있기 전에도 그랬으며, 심지어 이제는 대형언어모델들이 사람이 읽을 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읽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읽힐 이유가 없는 글을 계속 쌓는 것도 무의미한 일일텐데요. 읽고 쓰기의 경제에 그 문제의식과, 제 대답의 나머지 절반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제 텍스트 읽기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프 뷰는 그 표현의 일종이고요.
세상에 저와 똑같은 읽은 텍스트 목록을 가진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러하듯이 말이죠. 제가 이 블로그에서 하는 일은 제 맥락 안에 넣은 텍스트 목록을 여러분이 읽을 수 있도록 정돈해 놓는 일입니다. 제 글의 가치는, 제 맥락 안에 넣은 텍스트의 설명을 다른 분이 보고 자신의 삶에 어떤 형식으로든 채용할 때 생깁니다. 이것은 서평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방식으로 쓰면 읽을 가치가 저절로 생기나?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을 가치가 있는 방식으로 만드는 건 제 일이겠지요. 다난한 일입니다만, 이어나갈 수 있는 만큼은 이 노력을 이어가보고 싶습니다.
『책 읽고 글쓰기』를 읽고 쓴 글이지만, 아무래도 그 책의 서평은 아닌 글이 되었습니다. 서평을 처음 써 보고자 하는 분께는 형식에 맞추어서 써 보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제게는, 제가 쓰는 글이 보통 서평이라고 간주되는 글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기에 좋은 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