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책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나이 들고 싶은 동네
저자: 유여원, 추혜인
출판사: 반비
출간일: 2025년 10월 17일

생각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은평구에 자리잡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진료받는 경험에 대한 고민을 평소에 하고 있는 와중에, 책장에 와이프가 꽂아둔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은평구에 자리잡고 있는 살림이라는 단체의 설립과 활동, 거기에 담긴 생각과 고민, 경험, 나아가 살림이라는 조직의 아직 오지 않은 끝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살림은 이 나라에서 병원이 존재할 수 있는 여러 형태 중, 조합원들이 모인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운영방침을 정할 수 있는 형태인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의료생협'이라는 단어 쪽이 아무래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보다는 좀 더 귀에 익숙합니다만, 소위 사무장병원이라는 형태로 악용되던 문제가 있어 법적 지위와 명칭이 바뀐 내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림은 가족이라는 기성의 울타리 형태에서는 보호받기 어려운 사람들의 돌봄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하나의 실천으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방문의료와 요양, 주민을 방문하는 사회복지성 사업,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여러 동호회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가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관련된 제 문제 의식, 그러니까 현재 의료가 실행되는 형태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 전에 읽은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변에서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주로 정신과) 의사를 찾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으며, 이런 관심은 『트랜스젠더 트랜지션 의료의 건강보험 보장의 소고』와 같은 식으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이 현실에 반영되어 실천되고 있는 사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켠으로는 돌봄이라는 축을 빼놓을 수 없을텐데, 노환과 중병 등 죽음을 앞둔 상황의 돌봄이라는 것은 현행 가족 형태의 돌봄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사람은 물론, 가족이 있는 사람 또한 진지하게 더 나은 형태를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지울 것입니다. 친구의 죽음 직전의 삶을 함께하며, 그 과정의 전면에 서 있던 사람들의 부담을 조금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나누려고 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생각도 났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자본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커버하지 못하는 삶의 영역을 앞장서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장과 가족, 국가와 행정, 금전으로 이어지는 관계 이외에도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회 전체와 우리 모두의 삶이 다양한 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좋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선을 넘는 북클럽』이 보여주는 모임이 작은 규모로 자유롭게 사람들을 잇는다면, 살림은 좀 더 제도의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큰 규모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다양한 실천이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쓰고 보면, 결국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은 저 자신입니다. 나는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고, 이 문제에 쉽게 대답하기 위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경솔한 일이겠지요. 아직은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Updated on 2026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