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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세금으로 산 책 9권(税金で買った本(9))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税金で買った本(9)
저자: 즈이노(ずいの), 게이야마 게이(系山 冏)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출간일: 2023년 11월 6일
국내 발매 서명: 세금으로 산 책

생각

『세금으로 산 책』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일상 만화입니다. 책에 관련된 만화들을 이것저것 찾다가 읽기 시작해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대충 19권까지 한 번에 샀으니 대충 절반 못 되게 읽은 셈입니다.

이 만화의 포인트는 사람입니다. 개성있는 도서관 이용객과 개성있는 도서관 근무자들. 그 개성이 꽤나 '곁에 있고 싶지 않은' 수준을 포함한다는 게 이 만화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방문할때마다 근무자들이 긴장하거나 속으로 한숨부터 내쉬게 되는 이용자, 그러니까 속칭 '진상'이나, 좌천에 가까운 순환근무로 꽂혀서 현장에서 같이 일하기 싫은 직원, 시쳇말로 '폐급'까지. 사서 일의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를 포함해, 사람 일과 현실의 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도 그다지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게 이 만화의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권에서는 지난 권에서도 한 번 등장했었던, 도서관에 소장할 책을 두고 책을 고르는 기준과 예산, 일하는 방식에 대한 대립이 한 번 더 등장합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좋은 책'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을 두고 직원들이 대립했었다면 이번에는 왜 '좋은 책'이라는 기준을 관철하기 위해 누군가가 사명감을 가지고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그리고 그 사명감이 불러일으킨 문제를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로 풀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사회생활에서 누군가가 악인인 것처럼 언급되는 일은 자주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이다'처럼 악인을 징벌하는 일은 그보다는 덜 자주 있겠지요. 창작물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만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잘못을 지적하며 설득하고, 다소 편의주의적일 수는 있겠지만 수긍하거나 최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됩니다. 이런 전개가 이 만화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겠지요. 이 만화에 사이다 전개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이 만화는 도서관이라는 본질적으로 만인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과, 그 일이 좋아서 여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따라서 약한 입장에 놓이기 쉬운 사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상과 현실, 체념과 수행이 교차하는 공간이지요. 이 만화에 등장하는 직원들은 이상을 위해 분주하고, 상처입고, 성장하고, 현실을 마주하고, 상처입히고, 때로 주저앉고, 그래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자본과 수익의 논리로부터 꽤 떨어져서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만화가 이런 길을 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산과 관료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논리와 돈으로 환산되는 것 이외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잘 해 보자고 논의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국소적으로나마 이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폭력과 기만, 조롱을 기반으로 한 성공과 우월감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거래'와 '성공' 바깥의 영역에서 가능한 것 아닐까요.

평범한 에피소드들과 살짝 무거운 에피소드들을 슬금슬금 섞어 어느덧 9권까지 왔습니다. 다음 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청소년이 세상을 보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직장을 가지고 일하는 어른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세금으로 산 책』, 아직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