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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롯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마스터플롯
저자: 박인성
출판사: 나비클럽
출간일: 2026년 4월 3일

생각

『마스터플롯』은 마스터플롯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적인 서사 작품의 구조에 있다고 알려진 공통의 서사구조를 통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접하는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사람들의 인지 구조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러한 분석에서 무언가 제가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옛날에 읽었던 책 중 하나였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을 비교하기 위해서 동양은 이런 사회였고 서양은 이런 사회였으며, 이런 것들이 동양에서는 이런 식으로, 서양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명료하게 둘을 대비시키는 구성으로 설명을 이어나가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이 이런 설명을 하기 위해서 대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취사선택했을지에 대해 제일 먼저 신경이 쏠렸습니다.

잘 짜여있는 구성으로 여러 작품을 분석하고 그들의 공통되는, 또는 상반되는 구조를 읽어내는 부분은 흥미로웠는데, 이것이 한국이나 일본의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데에는 어떤 종류의 자의적 선택이 관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것에 대해 『기동전사 건담』과 『나루토』를 들어 그 주인공이 급진적 혁명가인 숙적/라이벌과 대립하며 체제친화적 인물인 것을 예로 들며 일본의 공동체주의와 연관짓지만, 주인공이 엘리트 부모의 자식이지만 반체제 무장집단에 속하게 되는 『기동전사 Z건담』이나 주인공이 해군 장교의 손자, 혁명가의 아들이자 해적인『원피스』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작품들에 담긴 분석은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마스터플롯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시뮬레이션 가능한 해결 방법에 대한 상상력(dp.320/467)으로 묶이는 순간 세상에 나오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해 이것은 이 사회의 것, 이것은 저 사회의 것, 이것은 그 묶음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이것은 묶이지 않는 것,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논지 전개를 위해서 어떤 작품을 언급하고 어떤 작품을 버리게 됩니다. 일본의 이세계물은 현실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의 세계로 들어가 상승지향보다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는 데 반해, 한국의 이세계물은 오히려 현실 세계에 이세계가 진입해서 실제 세계와 화해하거나 상승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비는, 글쎄요, 제게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단순히 제가 읽은 (마이너한) 작품들이 그 설명에 잘 부합한다고 느끼지는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와 작품을 엮어서 설명하는 방법론 자체도 어떤 종류의 '마스터플롯'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제가 이 블로그에서 다룬 것 같은 여러 작품과 여러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현실이 연결된 글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참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런 글을 쓸 능력도 없거니와(정말 한 권의 책을 내는 건 대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방향으로 가고 싶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분법이나 선택적인 언급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이 메이저한 작품들 위주로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어떤 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 그건 제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아니고, 하고 싶다고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단지 저는 제가 보고 플레이하고 읽고 느낀 것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독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