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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역시 인간 그만두길 잘했어(やっぱ人間やめて正解だわ) 4권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やっぱ人間やめて正解だわ
저자: 니세BE난토카(偽BEなんとか)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출간일: 2026년 5월 15일
국내 발매 서명: 역시 인간 그만두길 잘했어

생각

『역시 인간 그만두길 잘했어』는 성인만화를 그리던 작가가 필명을 거의 유지한 채로 청년만화로 신간을 낸, 소재와 노출 정도를 노골적으로 가져가는 라인업의 러브-섹스-코미디 만화입니다. 얼마 전에 다룬 『혼약협정』이라거나, 『타성 67퍼센트』도 비슷한 작품이죠.

이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그랬듯이 세계를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하고, 인간은 성애에 있어서 다른 인간을 찾기보다 인간이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줄 수 있고 오직 내게만 맞추어줄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찾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주인공은 안드로이드 알러지가 있어 여전히 사람을 상대로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신세. 그런 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이런저런 엇갈림으로 소꿉친구로 남아 있는 히로인. 히로인은 주인공과 연애 관계로 이어지기 위해, '인간에게 편리한 존재'인 안드로이드로 위장해 그에게 육박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종류의 '이중생활' 자체는 이 장르에서 꽤 드물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타인의 얼굴』을 읽은 직후라 그런지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미끄러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같은 불완전함과 안드로이드스러운 완벽함 사이를 우편처럼 오가는 등장인물의 심리들은 물론, 여기서 다루어지는 인간 히로인의 불완전함조차도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여러 층위에서 끊임없이 분리되고 찐득하게 연결되어 떼어낼 수 없는 이미지들이 머리속에 정신없이 흩어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안드로이드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는 지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AI와 안드로이드 기술이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는 않았다거나, 학습 장애를 겪는 청소년이 안드로이드 교사의 도입으로 인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교육과정을 따라오게 되었다거나 하는 묘사들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나 위해 작가가 넣고 싶었던 히로인을 위해 붙은 설정으로 끊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작품의 포커스 상 잘 다루어지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파트너로 인간을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는 묘사와 가족 구성원이 안드로이드로 대체되고 가사와 돌봄을 제외한 경제적 노동을 인간이 대다수 짊어지게 되었다는 묘사를 함께 보면 좀 섬뜩해지는 면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한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적어두고 싶은 것. 이 만화는 주인공의 관계도 그렇지만, 대화 측면에서도 엇갈림이 많은 만화입니다. 서로가 말하는 타이밍과 반응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이 자주 있는데, 일본 만화의 문법에서 이게 꽤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읽기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나 조연 에피소드를 싣거나, 심지어 새로운 캐릭터를 늘려가는 흐름이었는데, 4권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중단에 가까운 느낌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캐릭터 조형들이 이래저래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가의 장점을 잘 살린 차기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