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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저자: 박경미
출판사: 한티재
출간일: 2020년 9월 14일

생각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입니다. 지난 책 이후 뭘 읽을까 고르다가, 퀴어퍼레이드를 전후해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아 고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신교의 반 성소수자적인 움직임에 반대하며, 그 근거를 기독교의 가르침과 성경 안에서 찾는 책입니다. 앞의 절반은 성소수자와 한국의 개신교가 부딪히는 상황에 대한 설명과 기본적인 개념들, 우리가 오늘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설명하고, 뒷 절반은 동성애 공격의 근거로 여겨지는 성서 구절을 찾아 그 구절과 맥락에 대해서 해석하고 공격에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부분에서 저자는 이슈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앞부분은 넘겨도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래도 이슈를 좀 알고 있는 제가 읽어도 좋았을 정도로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진면목은 뒷부분인데,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 레위기의 정결 조항, 고린도전서와 로마서에서 바울이 언급한 부분을 펼쳐놓고 번역상의 불명확함, 그 구절이 담긴 맥락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기독교 바깥에 있는 제게 이 책은, 성경의 이런 부분이 (퀴어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과는 반대로) 퀴어를 박해해도 좋다는 근거로 쓰일 수는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도'인 이유는, 여전히 그것을 근거로 삼는(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이 책이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기로 정한 기독교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책이 그런 책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스스로의 퀴어됨을 부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과, 기독교를 믿고 본인은 퀴어가 아니지만 퀴어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긍정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사람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리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이슈로 고민하시거나 주변에 설득하고 싶은 기독교인이 있은 분들에게 추천드릴 수 있는 책입니다.

책 자체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만, 특성상 이 책에서는 '유대 민족'의 초기 형성과 같은 이야기가 짧게 다루어졌습니다. 유대인의 전쟁 패배와 노예 생활과 추방 등을 거치며, 자신의 부족에게 패배를 가져다준 부족신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의 문제 등, 작년에 읽었던 『인간화된 신』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제 나름대로의 교차검증이 우연찮게 되어버렸는데, 사실 교차검증이라기엔 민망하고 꽤 보편적으로 이야기되는 이론이라 이 책에도 나오고 저 책에도 나오는 건가 싶습니다. 이런 과정이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읽는 걸 멈출 수가 없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