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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랜덤 인카운터와 심볼 인카운터

탐험 페이즈와 전투 페이즈가 구분되는 종류의 게임에서, 랜덤 인카운터와 심볼 인카운터는 대립한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 방식이다. 탐험 도중에 존재하는 어떤 심볼이 있어서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전투 페이즈가 발생하는 것이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고, 그런 심볼이 존재하지 않고 정확한 전투 발생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랜덤 인카운터 방식이다.

JRPG는 전통적으로 랜덤 인카운터 방식을 채택해 왔고,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되며, 좀 더 해상도 높은 표현을 원하는 플레이어에 수요에 맞춰 심볼 인카운터로 대체되었다. 한 가지 예로는 1997년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 7』은 랜덤 인카운터였고, 그것을 리메이크해 출시한 2020년 『파이널 판타지 7 REMAKE』는 심볼 인카운터를 채택한 것을 들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볼 인카운터는 랜덤 인카운터보다 더 선호되는 디자인이다.

랜덤 인카운터의 가장 큰 문제는 플레이어가 전투를 시작하는 타이밍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많은 랜덤 인카운터의 구현은 플레이어가 언제 전투가 시작될지 알 수도 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 간격도 예측이 어려워 탐험을 진행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전투가 집중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런 단점의 많은 부분은 심볼 인카운터의 도입으로 해결된다. 맵에 적의 심볼을 두고, 심볼과 접촉하면 전투가 발생한다. 플레이어가 전투를 너무 무시할 수 있으면 안 되니까, 심볼을 이동시키고 지형 등의 레벨디자인을 통해 어느 정도 전투가 일어나게 만드는 장애 요소로 삼자. 거기에 플레이어가 잘 대응하느냐 잘못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투에 유리하게 진입하거나 불리하게 진입하도록 만들자. 좋은 디자인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추가되는 게임플레이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보자. 탐험과 전투로 구분되던 공간에 '전투에 잘 진입하기'라는 층위가 추가된다. 이 부분은 대개 순발력과 정확한 조작, 적을 관찰하고 타이밍을 노리는 행동을 요구한다. 이 플레이는 추가할만한 가치가 있는 플레이인가? 항상 그러한가? 만약 어떠한 게임이라면 이런 플레이를 붙이는 것이 문제일 수 있을까?

예시를 들어보자. 일본팔콤의 궤적 시리즈는 심볼 인카운터를 채택한 시리즈이다. 첫 작품에서는 필드상에 존재하는 적 심볼과 충돌하면 전투가 시작되는 구조였다. 이 때 적의 뒤에서 부딪히면 플레이어 턴이 앞선 상태로 게임을 시작했고, 플레이어의 뒤에서 부딪히면 적의 선공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몇 작품 후, 필드 공격 버튼이 추가되었고 유불리의 기준은 필드 공격을 맞춰서 전투를 시작하느냐에 맞추어 재조정되었다. 그러다 적도 플레이어를 필드에서 공격할 수 있게 되고 피해를 입고 입히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필드상에서 액션 전투를 하고 필드 전투만으로도 게임에 원래 있던 전투 없이 전투를 끝낼 수도 있게 되었다. 전투가 두 벌이 된 것이다. 액션 전투 하나와 턴제 RPG 전투 하나.

심볼 인카운터의 도입에는 게임을 액션 방향으로 미는 효과가 있다. 턴제 게임을 하는 어떤 사람들은 바로 그 지점을 싫어한다. 전투 QTE를 넣은 『South Park™: The Stick of Truth™』나 『용과 같이 7』,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바로 그 이유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다.

심볼 인카운터의 대안은 있을까? 마땅치 않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이 게임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로부터 눈을 돌릴 수 없다. 일견 평화로워보이지만 어디에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는 슈퍼패미콤의 타일맵에는 몬스터 아이콘을 두지 않아도 됐지만, 가는 길의 바위 하나도 표현한 PS5의 오픈 월드에 몬스터를 배치하지 않으려면 어떤 특수한 설정 없이는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최소한 말할 수 있는 것은 랜덤 인카운터에는 독자적인 디자인 이득이 있다는 것이다. 심볼을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하는 개발 측면의 이유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각에 줄 수 있는 독자적인 경험이 있다. 잘 설계된 랜덤 인카운터는 전투에 있어서 정량적인 경험을 줄 수 있다. 심볼 인카운터에서 전투 빈도는 플레이어의 액션 실력에 의존하여 변화한다: 랜덤 인카운터는 그 부분을 제거한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적과의 전투를 회피하고 보상만 챙길 수는 없는 것처럼, 랜덤 인카운터에서 배치된 적과의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정해진 빈도의 도전을 제공하며,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조작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막는다: 자원을 쓰거나, 운에 의존하거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진 여신전생 DEEP STRANGE JOURNEY』를 언급하고자 한다. '잘 설계된 랜덤 인카운터'에는 안전 구간과 긴장 구간을 배치하는 레벨 디자인도 포함되지만, 기본적으로 '랜덤'이 어떻게 구성되어야하는지를 포함한다. 랜덤 인카운터를 채택한, 위저드리-세계수의 미궁 계열 던전 크롤러인 해당 게임에는 다음 전투가 언제 발생할지 알려주는 색상 마커가 있다. 색상 마커는 플레이어가 맵 상에서 이동함에 따라 초록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빨간색으로 바뀌며, 빨간색인 시점에서는 어느 한 걸음에서도 전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거꾸로 말해, 마커가 초록색과 녹색인 구간에서는 랜덤 인카운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장치는 플레이어가 전투가 시작될 타이밍에 대한 예측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 게임에는 이 게임의 독자적인 재미가 있으며, 심볼 인카운터로 이 시스템을 대체하면 게임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게임이 일방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비슷한 폼팩터로 출시되었지만 심볼 인카운터를 채택한 『진 여신전생 4 FINAL』과 비교해볼 법하다.)

언급한 것처럼, 심볼 인카운터는 게임에 요구되는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랜덤 인카운터를 대체해왔다. 하지만 랜덤 인카운터는 기술적인 요구사항으로 인한 타협으로 생긴 역학도, 비계처럼 게임의 역사에서 곧 철거될 임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의 가능성은 더 탐구될 여지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