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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을 이야기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린 마을 이야기
저자: 황수민(Huang Shu-min)
역자: 양영균
출판사: 이산
출간일: 2003년 7월 4일
원서명: The Spiral Road
원서 출간일: 1998년

생각

『린 마을 이야기』는 『인간화된 신』 다음으로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대륙 출신, 대만에서 성장한 미국의 인류학자가 중국의 샤먼 섬에 위치한 한 마을에 체류하며, 거기서 교유하게 된 예 서기라는 지역 공산당 간부 경험자의 말과 관찰을 통해 근현대사 중국 농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인류학 서적입니다.

한 사람의 삶과 입장을 들여다보며 역사의 흐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바라보게 만드네요. 저는 이 시기의 중국은 권력이 일상생활에 가할 수 있는 힘을 매우 강력하게 가졌고 실제로 그 힘을 행사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였지요. 그렇게 때문에 그런 시도들이 얼마나 작동하고, 어떤 것들은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100% 적용되기 어려웠는지 같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 때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고, 주어진 규칙과 조건들이 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행정을 비슷한 관점에서 보게 됩니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책에서 택하고 있는 접근 방법이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인 것 이외에, 생애사연구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것 같은데, 젊을 때부터 마을의 구성원이자 공산당의 일원으로 활동해 온 "예 서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데, 이야기로서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 나름대로의 관찰과 그 주변 사람들의 흥망성쇠와 생로병사 이야기, 그가 내린 어떠한 판단들과 어떤 통찰을 보고 있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그냥 이야기로서도 재미있는 것이 생애사연구의 유용함일 수도 있겠네요.(연구 목적으로 유용한 건 아니겠지만…)

최근에 『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도 질적 연구를 다룬 책이라, 같은 단어들이 다른 맥락에서 언급되는 걸 보는 건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확실히, 이런 식으로 제 머리속에서 책과 책 사이에 연결관계를 찾는 작업이 재미있습니다. 잘 다듬으면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