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과학의 과학
저자: 다슌 왕(Dashun Wang),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Albert-László Barabási)
역자: 노다해, 이은
출판사: 이김
출간일: 2023년 11월 1일
원서명: The Science of Science
원서 출간일: 2021년
생각
『과학의 과학』은 과학 연구의 생산성과 성취가 어떤 조건에서 높아지는지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 말하자면 '과학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으로, 저자 중 한 명인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의 옛 저서 『링크』를 재미있게 읽었어서,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고르게 된 책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이전에 읽은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이 과학에 대한 과학 바깥의 접근이라면, 이 책은 과학에 대해 과학을 적용해보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수많은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많은 그래프가 들어간 책으로, 과학자가 생산성이 높은 나이는 언제인지, 단독연구와 공동연구가 성공적인 연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인용을 비롯한 영향력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파트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어떠한 경향성과 예외적 경우, 측정한 수치와 모델의 의미와 한계를 짚고 넘어가는 책은 두껍지만 간결합니다.
과학을 수행하는 행위, 그러니까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며 그것을 위한 자원을 모으는 행위를 연구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연구들은 그것들의 계량가능한 부분에 착안하여 측정하고 계산하여 어떤 결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무언가의 계량가능한 부분을 재는 것이 무언가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탐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런 의문은 가깝게는 업무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부터, 세상을 바꾼 발견과 발명이 그런 계량가능한 무언가를 통해 이루어질지에 대한 직감적 반대까지 여러 이유에 근거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이 비교적 충실하게 이러한 연구의 한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긴 하지만요.
이 책이 다루는 사례 중 하나는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접근이 유효한 사례를 보여주는데, 여성 학자가 테뉴어를 받는 비율이 왜 남성 학자에 비해 낮은지를 분석한 연구였습니다(pp. 224-227). 거칠게 요약하자면 여성 학자는 공동연구에서의 기여가 남성 학자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인데, 이 자체보다도 저는 이런 현상이 제1저자를 맨 앞에 두는 분야보다 저자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는 분야에서 심할 수 있다는 데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학이 배경인 저는 아무래도 동등한 기여를 간주하는 알파벳 순서 저자명 쪽에 좀 더 호감이 있는 편인데, 사람들은 그러한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편견을 적용하고 있고, 오히려 누군가를 제1기여자로 못박아버리는 구조가 편견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니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쨌든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이런저런 관찰을 하고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접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최소한의 반박이 가능한 체계를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 체계보다 선호합니다. 학문이라는 장도 막상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더럽고 치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진 여러 방법 중에서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처럼 계량적이고 재현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고, 지난 책처럼 다른 분야가 택했던 여러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부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구가 우리가 오늘날 마주한 문제들을 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길 바랄 뿐입니다. 제가 여기에 무언가를 보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