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저자: 브뤼노 라투르 외
편집, 번역: 홍성욱, 구재령 외
출판사: 이음
출간일: 2024년 10월 1일
생각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은 STS라는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엮어 STS라는 분야의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날의 상황에 대해 논하며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용어 설명과 STS 내부의 다양한 분파에 대한 설명을 잘 담아놓고 있어 분야의 분위기와 흐름을 이해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인데, 이 출판사의 여러 책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무래도 STS에 대한 흥미겠지요. 제가 익숙한 단어는 대학원의 이름에 붙어있었던 STP(과학기술 정책)인데, STS는 표지에서는 '과학기술학'이라고 하지만 '과학기술과 사회'의 약자로도 쓰이고, 같은 거냐고 하면 아닌데 'STS 학계에 속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STS가 아닌 약자를 쓰는 여러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아무튼 대충 통하는… 복잡한 분야로 보입니다. 아무튼 과학의 여러 분과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과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인류학적으로 관찰한다던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분석한다던지, 과학적 지식이 무엇인지를 고찰한다던지 하는 여러 활동의 집합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는 과학 활동을 통해서 얻어진 여러 결과물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리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보기보다는,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STS의 범주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의 영향력 아래, 자신의 환경에서 STS 활동을 하고 자리잡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글을 모아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어떻게 이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과거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다른 입장의 연구자들에 대한 비판을 섞어가며 이야기합니다.
저는 지금이나 어릴 때나 사람을 접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 생각을 덜 해도 되는 분야에 대한 흥미가 많았고, 『과학 콘서트』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같은 책이 보여주는 과학과 수학, 세상에 존재하고 찾아낼 수 있는 지식의 아름다운 세계를 접하며 자랐습니다. 그러다 읽게 된 책이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이었는데, 정말 강한 충격을 받고 크게 화가 났었습니다. 말 그대로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었던 과학자들의 일이, 누군가의 욕심과 돈, 힘으로 인해 뒤틀리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목격한 지금은 어릴 때만큼 과학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위 책이 비판했던 때보다 더욱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지 않았을 과학의 돈줄들, 정신을 차려 보면 바뀌어 있는 건강에 대한 지침들(미 연방 가이드라인부터 '쇼닥터' 방송까지). 함량 미달의 학술지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는 피어 리뷰. 언론 보도가 과학자를 대하는 방식과 사람들의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까지. 어떤 것들은 과학을 오용하는 사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을 하고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에 어떤 결함은 없는지 살피는 노력이 없다면 과학이 하고자 하는 일은 그냥 기분으로 결정하면 되는 일에 알리바이를 붙이는 일이 되기 십상이리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입장에서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 특히 학계 안에서 그러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여러 활동에 대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그룹들끼리 서로의 접근을 디스하거나 자기 책이 꾸준히 잘 팔린다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보는 것들이 소소하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인류학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재미있게 읽은 입장에서는 『실험실 생활』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읽을 책이야 많이 쌓여있지만, 또 읽고 싶은 책이 느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