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철학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선성
저자: 리처드 로티(Richard McKay Rorty)
역자: 강은교,김은정,김지윤,신우승,유연정,윤영경,정민재
시리즈: 서양 철학의 논문들
출판사: 전기가오리
출간일: 2017년 11월 10일
원서명: The priority of democracy to philosophy
원서 출간일: 1990년
생각
『철학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선성』은 제 오래된 전기가오리 책무더기에서 발굴한 책입니다. 솔직히 말해, 블로그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완결성 있게 읽은 콘텐츠가 없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골랐습니다.
근대를 거치며 신과 왕의 지배를 떠나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많은 피가 흐르고 많은 갈등이 있었으며, 여러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혹은 이 논문은 롤즈의 『정의론』에 대한 마이클 샌델(대중 철학서의 저자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주의 철학자이기도 하군요)의 독해를 비판하며, 공동체주의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명사로 되어 있지만, 동사로 바꾸어 "민주주의가 철학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으로 이 책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철학에서 주체성과 형이상학/인식론이 정치보다 중요한 주제인 것이 나빴다고 말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에 있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용주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데, 굳이 그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논쟁의 여지 없이 확립할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저는 이 글을 이해했습니다.
근래 우리 사회가 경험한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여러 사례를 보고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입장이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자유주의의 가치를 옹호하면서도, 자유 민주주의 문화의 결과물인 '천박하고 추악한 개별 인간들'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고, 그러나 그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게 2020년대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습을 보면, 그 계산서가 손익분기점을 안 좋은 방향으로 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