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제목: 감각의 제국
원어 제목: 愛のコリーダ
감독: 오시마 나기사
개봉: 1976년
생각
『감각의 제국』은 아베 사다 사건을 다룬 일본-프랑스 합작 영화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이래저래 언급이 되어, 이래저래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여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현대 상업영화의 문법에 꽤나 익숙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별로 존재하는 표현 규제나 그것으로 인한 제작 편의성, 아니면 자신이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위, 더 나아가면 재현의 윤리 같은 것을 위해서… 보여주지 않고도 존재를 암시하는 문법이 발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카메라 화각 밖이나 다른 오브젝트 뒤에 둘 수도 있고, 미장센 같은 것도 있겠고, 방법이야 많지요. 그래서 우리는 영화에서 굳이 성기를 묘사하지 않아도 성행위를 묘사할 수 있고, 어떤 음란한/끔찍한 행위가 있었을지를 씬과 씬 사이의 행간에 배치할 수도 있고, 폭탄주를 만들기 위해서 소주잔을 맥주잔 안에 떨어트리는 도구의 존재를, 보여주지 않고도 의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도구들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한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취객의 노출된 남근에 눈덩이를 던져 맞추고 있으면 남근을 화면 바깥에 두지 않고, 주연들이 섹스를 하고 있으면 그 접합부를 화각 안에 넣고, 엽색 행위를 하고 있으면 그걸 어떻게 했는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며, 사람의 몸이 절단되고 피가 나는 장면을 피가 튀는 모습이나 실루엣만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올해로 개봉 50년이 넘는 옛 작품을 비교적 최신 작품에 비교해서 만든 사람의 의도를 추측하는 게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무서운집』이 영화적인 컷 편집을 폐기한 영화처럼 보이는 것만큼, 이 영화는 그런 외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없이도 영화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합의를 폐기하기 위해 찍은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언급한,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된 작품에 대해서 말하자면 하나는 『책이라면 팔 정도로』입니다. 세상의 대부분은 연속적(continuous)이고, 연속한 공간을 지나갈 때에는 크게 주의할 일이 없습니다. 가끔 불연속한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서 걸려 넘어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마치 헌책방의 여러 책 중에서, 성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불러모으지만 딱히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 커텐 뒤에 놓여있지는 않은, 그냥 영화의 화보집일 뿐인 책. 거기에 몰려드는 어린이들. 그 문제는 헌책방 주인이 거기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만화의 에피소드 하나를 만드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그런 불연속점을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만화에서도 다뤄질 수 있었겠지요.
위 만화에서 다룬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게는 한 군데 더 닻을 내린 지점이 있는데, 『초예술 토머슨』이 바로 그 책입니다. 해당 책에서는 도시 경관 중에서, 무언가가 절단되어 흔적처럼 그루터기만 남은 물건을 '아베 사다 물건'이라고 명명하고 있지요. 80년대에 일본 대중은 이 영화와 아베 사다 사건(1936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흔적이 남게 되었을까요. 누가 여기에 대해서 써 놓은 책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