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한국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저자: 김익두
출판사: 지식산업사
출간일: 2021년 11월 12일
생각
『한국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린 마을 이야기』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연계라는 측면에서는 『인간화된 신』 직후에 읽었어도 좋았겠지만, 뭐 손에 집히는 순서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한국 신화의 여러 꼭지를 한 권에 담아 서술한 책으로, 창세 신화로부터 민담에 가까운 이야기까지를, 한국 신화의 원형을 단군 신화로 보고 정리한 책입니다. 익숙한 단군 신화와 고대 왕국들의 건국설화, 마고 신화와 제주 무속을 통해 기록된 신화, 『신과함께』 등으로 최근들어 미디어에도 많이 회자되는 강림도령이나 바리공주 이야기 등 다양한 신화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는 꽤 비판적으로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환단고기』를 비롯해 위서 논란이 있는 책들이 참고문헌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자도 역사서로서는 이 책들이 논란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신화서로 이 책을 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쎄요. 저는 해방 이후에 공개된 책을 민족 서사의 근본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 작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부대찌개가 좀 더 근본이 있지 않을까요. 거꾸로 말하면 (『식객』에서 본 내용이지만) 아귀찜보다는 좀 더 "우리 민족"과 오래한 시간이 길 수도 있는 책들도 있을 것이고, 신화라는 것이 그렇게 믿고자 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있다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해서 복잡한 심정입니다.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이 등장하는 많은 신화를 "단군신화를 원형"으로 삼고 있다는 서술인데, 그다지 동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남성 신과 지상의 여성 지신/수신/인간이 결합하고 그 세대나 자식 세대가 주역이 되는 이야기까지는 단군신화의 모티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할 때에도 단군신화를 잇는다고 서술하려는 노력이 과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이 책이 한국에서 이야기되는 신화를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비교신화학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있어서였습니다. 이 책은 신이 사람을 만든 과정에 대한 신화를 채록 형식으로 인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환인이 인간을 처음 구웠더니 너무 구웠고, 다음 구우니까 덜 구워졌고, 한 번 더 구우니까 딱 마음에 들게 구워졌고 그게 우리 민족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까, 필리핀에도 있고 에티오피아에도 있는 이야기 같고, 아마 더 많은 나라에서 이야기되는 이야기 아닐까 합니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을 저자분이 제가 원하는 만큼 비판적으로 서술하지 않아서, 제가 비판적으로 읽어나가려는 노력을 쉴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여러 모로 읽는 내내 각주의 출처 표기를 확인하며 읽게 되기도 하였고요.
개인적으로는 단군 신화의 유사성보다도, 죽었던 사람이 서천꽃밭의 꽃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봄잠에서 깨어난다"는 표현 쪽이 좀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이런 비교적 미시적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는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