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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굴욕 없는 출산
저자: 목영롱
출판사: 들녘
출간일: 2021년 2월 15일

생각

『굴욕 없는 출산』은 디스이즈텍스트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입니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고 충격을 받은 이후, 관련된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눈에 들어와서 사게 되었습니다.

저자 자신의 출산과 그 전후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오늘날 출산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으로, 출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조, 의료 관행의 폐해, 지식인들의 침묵과 몰이해를 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기반으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내용은 개인이 출산을 전후로 병원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모욕과 모성에 대한 사회의 일그러진 숭배를 절절히 체감하게 해 줍니다.

많은 다른 사람처럼 저도 병원에 가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경험과 엮어 말하자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 사람(의사)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주지 않는구나'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의료 현장의 행동 양식이라는 것은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역사가 쌓여 오늘날의 형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멈춘 심장을 뛰게 만들어야 하는데 갈비뼈 부러질 걱정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저나 제 주변 사람이 병원에서 겪는 경험에는 그 행동 양식 안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병원 가는 게 싫다고 하면 "아파서 가는 건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병원에 가는 게 싫은 데에는 아픈 것 이외의 감정적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합니다. 저자가 겪은 경험을 할 수 없는 제게는, 이런 제 경험과 주변의 증언이 이 책에 공감하게 되는 시작점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자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에 수록된 펭 치아의 「생명권력과 새로운 국제 재생산 노동 분업」이 떠오릅니다. 해당 에세이는 싱가포르가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여성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인구성장도 포기할 수 없었는 상황이었던 싱가포르는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게 되고, 주변국으로부터 그런 노동을 해줄 노동자를 수입하게 됩니다. 이주 가사노동자라고도 하고, 한국인에게는 '외국인 식모'라고 하면 직관적이겠고, 해외토픽같은 뉴스에서 길거리에 모여앉아 쉬는 시간을 보내는 사진 등을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해당 에세이는 그 과정을 비판하며, 정치가 여성의 몸과 재생산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그 과정에서 억압이 여성 간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지적합니다. 저는 이 책이 '저출산'을 비판하는 내용을 읽으며, 여성이 출산과 모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읽으며, 또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려 했던 해프닝을 떠올리며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길지는 않지만 깊은 감정과 맹렬한 비판을 담은 책이라 사람에 따라서 쉬지 않고 따라갈 수도, 중간중간 책을 덮고 숨을 고르며 읽어야 할 수도 있는 책입니다. 저자 소개를 읽고 나서는 지역 의료 환경에 대한 비판을 기대하며 읽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자의 출산에 관한 경험과 솔직한 의견이 있는 책이라 개인적인 경험과 공감, 문제제기와 다음 단계에 대해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