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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행위성의 예술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게임: 행위성의 예술
저자: C. 티 응우옌(C. Thi Nguyen)
역자: 이동휘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출간일: 2022년 12월 29일
원서명: Games: Agency As Art
원서 출간일: 2020년

생각

『게임: 행위성의 예술』은 게임의 성격에 관한 철학서로, 게임이 행위성(Agency)을 통해 고유한 미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며,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또한 행위성을 통해 사회성을 만들어내며 우리는 이러한 성질을 바탕으로 저자가 '가치 포획(Value capture)'이라고 일컫는 악덕에 저항할 수 있다고 제언하는 책입니다.

화제가 되어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자책이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볼 생각이었는데, 전혀 무관해보였던 『엘리트 포획』에서 이 책을 인용한 것을 발견하고 어떤 운명 같은 걸 느껴서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보이는 여러 모습 중에서, '게임을 할 때에는 게임의 목표를 위해서 몰두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게임을 마치고 나면 그러한 태도를 벗어나는' 모습에 착안하여 게임의 어떤 측면을 부각합니다. 플레이어는 어떠한 목표를 위해서 게임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목표에 일시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과정을 이 책은 고투(Struggle)라고 부릅니다. 이 고투를 가치있게 즐기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그 목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게임이 끝나면 그와 무관하게 행동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이 측면에서 게임이 우리가 어떤 행위자에 이입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을 봅니다. 바로 행위성이지요. 이러한 키워드를 가지고 저자는 게임에 관한 기존 논의들을 비평하고, 게임이 할 수 있는 일과 미학적 가치를 확인하고, 행위성에 기반한 게임의 위험성을 비판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제시합니다.

저는 게임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데, 주된 이유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사람들의 머릿속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만들면서 어떤 규칙과 분위기를 포함한 환경을 만들어 플레이어가 우리가 제시한 무언가에 동의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설계합니다. 시청각적 감각, 우아한 규칙 같은 것은 조금 후순위입니다: 그 사람이 게임 내에 있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제 관심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게 꽤 정돈된 생각을 제공해 줍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지요. 도움이 되는 읽기였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이 책의 장마다 깊게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자면 게임 디자이너는 (공공 인프라 디자이너와 비교해) 플레이어들에 대해 높은 통제력을 가진다는 당연한 서술(p.244)과 실제로 게임 디자인을 하면서 제가 맞닥뜨리는 현실적 한계의 차이라거나, 게임 『하나비』에 대한 제 아픈 이야기같은 것들 말이지요. 여러 모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