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이소이 요시미쓰(礒井純充)
역자: 홍성민
출판사: 펄북스
출간일: 2015년 9월 15일
원서명: 本で人をつなぐ まちライブラリーのつくりかた
원서 출간일: 2015년

생각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일본에서 마치라이브러리(まちライブラリー)라는 사업을 통해 많은 곳에 '동네도서관'을 보급한 저자분의 경험담과 여러 사례를 모은 책입니다.

이 책을 고르고 읽게 된 건 아무래도 제가 책을 좋아하고, 나중에 은퇴를 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작은도서관 같은 걸 해 봐도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진지하지는 않더라도 기웃거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동네도서관'이라고 하면 어떤 일반명사처럼 느껴지는데 원문은 마치라이브러리(まちライブラリー)이고, 저자분이 세워낸 어떤 브랜드, 그러니까 고유명사에 가깝습니다. 이 마치라이브러리의 특징은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여러 방법론 중, 책이 극단적으로 적고 장서량을 채우고 시작하기 곤란한 상황에서도 독서모임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 주민들의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이라고 할까요. "책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한다는 표현이적합하다고 할까요? 카페, 절, 치과 같은 곳에 작은 서가를 놓고, 거기에 사람이 모여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동력으로 도서관을 일구어 나간다. 이게 이 책이 주로 다룬 마치라이브러리 활동입니다.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에 (아마도) 번역에 어느정도 유감이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결이 비슷한 다른 브랜드인 まちじゅう図書館은 '마치주 도서관'이라고 옮긴 데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지요.

저자의 생각은 요즘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바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현대의 생활환경은 대중을 철저히 '이용자'로 만들고 있다. 행정이나 기업에서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우리는 그 시설과 서비스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것은 언뜻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매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p.129)

저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들이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정치의 소비자이기만 하면 되는 데에서 오는 정치혐오 토양과 그 과정에서 싹트는 극우 정치. 우리의 삶에 대해서 개개인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모든 공동 생활의 빈 곳을 공무원이 채워야 한다고 믿는 어떤 태도와 그로 인해서 기업들에게 팔려나가는 공공. 일본에서는 부스 참가자와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만드는 행사라는 느낌을 주는 동인 행사마저도 국내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로 나뉘어 제 살을 갉아먹는듯한 현상까지도.

저는 이 책을 읽고 이 분이 만드는 형식의 도서관은 저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책만 읽고 싶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 저자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기존의 도서관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것을 타파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책을 오래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시민으로서는, 저는 이 분이 만드는 형식의 도서관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는 도시의 개인화되고 소비자화된 삶을 살아왔고 그게 편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소비하며 사는 것은 결국 이 사회의 주인됨에서 사퇴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소비자가 판매자가 파는 상품들 중에서밖에 고를 수 없듯이, 사회의 '플레이어들'이 제시하는 선택지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것들이 개인의 삶입니다.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서 개인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참여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이미 그런 것들을 잘 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시민단체일 수도 있고, 노동조합일 수도 있고, 정당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싫다고 할 때, 스스로 일어서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내야 합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