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도서전을 좋아하지만 사정상 몇 해 방문하지 못해서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예매가 열리자마자 예매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예매만으로도 주최측이 상정한 규모에 꽉 차서 현장판매는 심지어 생략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왔고, 심지어 평산책방 관계자가 방문했다는 소식과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오는 걸 보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갔습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제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요. 다양한 규모, 다양한 출판사에서 다양한 책들을 낸 걸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많이들 이야기하셨지만, 20대, 30대 여성이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고들 합니다. 확실히 여성이 다수이긴 했습니다만, 요즘 추세인지 원래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러 신호들이 있긴 했던 것 같네요. '굿즈'가 많고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런 신호인 것 같고요. 여성잡지 Elle가 대형 부스를 내는 것도 관련있는 것 같습니다.(2022년부터 참가한 것 같습니다.) '생일책' 부스들이 여러 군데 있고 사람들로 붐비는 것도 관련된 현상인가? 싶었습니다. 모든 화장실에 여성은 줄이 보였고, 남성화장실은 한산해 보였다는 것도 꽤 명확한 신호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쪽 성비가 높을 거라는 근거가 없는 건축 상황에서도 여성화장실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도 자주 가는 독립서점에서 "커플이 와서 남녀가 둘 다 책을 사는(읽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대개 여성 쪽이다"는 관계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젊은 여성이 동년대의 남성과 비교해 좀 더 책과 친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체감되는 현상 같긴 합니다.
제가 도서전에 열심히 다니던 때에는 증산도 계열 출판사에서 아주 크게 부스를 내던 기억과,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꾸준히 부스를 내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보이지 않는 느낌입니다. 작지는 않은 규모로 이슬람 계열 포교활동에 가까운 부스가 있었고, 기독교, 불교 등의 출판사들도 자리를 잡고 관련 출판물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켠으로는 도서전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24년 법인 설립되어 진행되고 있던 서울국제도서전주식회사와 그 지배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로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서전이 재정상의 어려움에 노출된 역사를 포함해, 2024년 5월 서울국제도서전주식회사가 공개적으로 신주발행을 했던 기록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나고 나서 올라오는 반대의 목소리. 이 전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것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명확하게 어떤 식으로 사태가 매듭지어지면 좋겠는지 제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 쪽이 보도자료와 공문으로 소극적으로만 의사를 제시한다면 더 어려움이 있겠지요.
기본적으로, 저는 자본 논리가 무섭습니다. 사람이 자본대로 의사결정의 권리를 갖도록 규정된 법인인 주식회사는 더할 나위 없이 무섭습니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욕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의 운영은 결국 그것을 해 나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누가 도서전을 만들어가는 일을 실질적으로 해 나가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회사 바깥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고,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이 점이 우려됩니다.
제일 중요한, 도서전에서 만난 책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지 않았지요. 그 이야기는 산 책 목록과, 앞으로 채워넣을 포스팅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쓸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빌린책챌린지만으로도 읽을 책이 밀리고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구입한 책 목록
- 『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안그라픽스
- 『분노의 북페어』, 발 없는 새, 디디북스
- 『서울건축여행』, 김예슬, 파이퍼프레스
- 『한자의 쓸모』, 박수밀, 여름의서재
- 『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김인수, 목수책방
-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야마모토 다카미쓰, 메멘토
-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신우승 외 2명, 메멘토
이 외에도 혜화1117, 컬처룩, 라우더북스, 오월의봄, 산지니 같은 출판사의 책들이 눈에 띄었고, 적당한 타이밍에 사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