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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연재물

연재가 되고 있는 작품을 챙겨보다가, 결말이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작품 자체를 본 것을, 본 기간 전반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것을, 완결된 것만 보고 싶다는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듣는 일이 최근 잦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록하기 위해 쓴다.

연재 작품에 대해서 "최신 상황"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작품이 연재되는 도중, 그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향유할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나는 직접 작품에 대한 평을 나누는 상황만 한정지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인물이 안타깝게 화형당하는 묘사에 대해 해당 인물이 "머리가 생각보다 좀 더 탔네"라며 꼬부라진 머리로 멀쩡하게 살아나오는 만화를 보며 '실제로 전개가 이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해당 화가 나와서 그런 만화를 누군가 그릴 수 있고, 다음화가 나와서 그런 가능성이 사라지기 전에만 가능한 일이다.

연재물의 최첨단에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이 거기에 몰려 수많은 방향으로 분기하는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온전히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그 때 그 작품을 본 사람들 뿐이다. 연재물을 따라가는 것은 동시대의 사람들과 독해를 공유하는 행위이다.

개별 작품의 결말이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런데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심지어 좀 개박살이 난다고 해도, 나는 여러분이 즐겨온 그 순간들에 좀 더 가치를 두었으면 한다. 완결이 이상한 작품을 피하기 위해서 연재물을 피하고 완결되어서 평가가 좋은 작품만 읽으려는 것은, 저런 순간을 포기하는 선택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