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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슬더스라이크

Slay the Spire』는 어떤 면에서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게임들의 디자인이 이 게임을 노골적으로 베끼고, 참고하고, 이 게임의 아성에 도전하고,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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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많은 게임들이 『Slay the Spire』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지만, 『하스스톤』의 영향력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스스톤은 덱과 핸드, 카드를 플레이하는 문법을 다른 모든 게임들보다 『Slay the Spire』를 보는 다수 플레이어의 뇌에 안착시켰다. 게임 디자인 면에서는 덱빌딩의 『Dominion』이나 진행 측면의 『FTL: Faster Than Light』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처음에 어떻게 받아들였을 것인가? 쪽에서 본다면, "하스스톤같은데 다른 게임"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인상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Slay the Spire』스러움

이 게임이 제시한 여러 요소는 다른 게임에서 부분적으로, 혹은 비판없이 차용되었다.

덱 - 핸드 - 무덤 - 다시 덱

덱 구성은 변한다. 핸드는 다음 턴으로 넘어가지 않고 매 턴 새로 뽑는다. 덱이 비면 무덤을 덱으로 옮겨서 다시 뽑는다. 강해지려면 덱에 새 카드를 넣어야 하지만, 덱이 커지면 필요한 카드가 뽑힐 가능성이 낮아져 약해지는 디자인을 구성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 디자인은 이것만으로도 정말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누적되는 피해, 한정된 회복 기회, 회복 기회와 경합하는 강화 기회

코어 게임을 그저 이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피해로 이겨야 전체 게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회복수단이 한정되기 때문에 전투 한 번 한 번을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전체 게임의 진행이 수월해지는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이 게임도 코어 게임과 아웃게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

유물과 물약

덱과 다른 측면에서 플레이를 강화하는 요소. 직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이 가져다 쓰기도 쉽다.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물약을 정말 적절한 때 못 쓰겠다.

여러 캐릭터/시작 덱/카드 풀, 승천

리플레이 가능성에 기여하는 요소들.

당신의 덱에 추가할 수 있는 3개의 선택지 + 스킵하기

스킵이 많은 상황에서 제일 이득이라는 선택지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을 여러 사람이 잊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막, 적과 강적, 임의 이벤트, 휴식, 경로

꽤 형식적이고 제작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아무튼 장르가 답습하는 부분 중 하나.

『Slay the Spire』의 영향

영향을 받은 게임들을 모두 담지는 못하고 의미도 없겠지만, 그냥 생각나고 내 라이브러리에 있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Slay the Spire』는 2017년 11월 처음 발표되었다.

NEOVERSE』(2020)

"3D 미소녀가 주인공인 슬레이 더 스파이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경영진 피칭을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다.

Against the Storm』(2020)

명망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어도 결국 이것은 승천이고, 지령과 설계도의 개수와 포기 버튼을 볼 때마다 나는 덱에 추가할 카드를 고르는 장면을 생각하게 된다.

Inscryption』(2021)

내가 『Slay the Spire』가 "하스스톤같은데 다른 게임"으로 히트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게임은 "슬더스같은데 아닌 게임"인 게 꽤 중요했다고 본다.

동방광요야 ~ Lost Branch of Legend』(2022)

"동방IP로 슬레이 더 스파이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같이 만들 사람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에 맞게 마나 개념을 재조립하고, 동방 IP에 맞는 요소들을 정성스레 구현해서 주변에도 꽤 파고드는 사람이 있었다.

마블 미드나잇 선즈』(2022)

Firaxis의 SRPG라는 장르에 대한 고민과 탐구의 한 끝이 『Slay the Spire』에 닿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슬레이어 더 스파이어식의 덱/핸드 순환 구조를 제한적으로 가져왔는데, 이게 이 게임의 전투를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성립할 줄이야.

時巡る宝石精霊』(2025)

SRPG에 덱빌딩 로그라이크를 정석적으로 붙이면 이런 느낌이리라.

그리고 수많은 성인용 게임들

솔직히 덱과 핸드 구조가 너무 사기여서, 옛날이었으면 그냥 메뉴에서 스킬 골라서 썼을 야겜들이 죄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식 전투를 채택했다. 어떻게 말하자면 상향평준화일지도.(Last Evil, Knightly Passions, Succubus Forest…)

『Slay the Spire』 이후의 장르

운과 실력의 조화, 승천을 비롯한 메타게임 요소를 차용하고, TCG를 버리고 적절한 소재를 하나씩 잡은 게임으로 『Peglin』,『집주인이 너무해』, 『Dungeon Crawler』같은 걸 들 수 있겠다.

개중에서도 『Balatro』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Aotenjo』나 『Demonic Mahjong』을 포함해, 이 글이 언급한 게임들을 보라. 그 와중에 『Balatro』에서는 사라진 경로 선택이 『Demonic Mahjong』에서 보일 때, 이것을 격세유전(?)이라고 칭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 장르의 게임에는 "덱빌딩 로그라이크"라는 태그가 붙는다. 나는 이 태그가 붙는 게임들 중에서도 유난히, 『Slay the Spire』같은 전투(특히 실드를 쌓는 감각)를 제공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Slay the Spire』같은 아웃게임 감각을 제공하는 게임을 특히 슬더스라이크 게임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 같다.

비슷한 영향력들

오토체스 이야기를 해야 한다. 뿌리는 다르지만, 성장 세션제 PvP 게임은 근본적으로 로그라이크 게임의 세션이 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준다. 오토체스는 지금 대세로 보이는 전략적 팀 전투를 비롯해, 하스스톤 전장과 같은 게임을 만든 장르가 되었고, 이 장르 문법의 영향을 받되 싱글플레이 게임이 된『Dungeon 100』같은 게임의 구조는, 덱빌딩 로그라이크에 닿아보인다.

하데스가 『Slay the Spire』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하데스의 영향을 받았을 『Path of Exile』의 금단의 성역 콘텐츠의 지도는 다시 『Slay the Spire』의 그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