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세계관

기업의 영속성

기업의 영속성(Perpetual Existence of Corporation)은 기업(더 정확히는 법인)이 그 구성원이나 소유주의 수명과 분리되어 영속할 수 있다는 속성이자 명령이다. 그것이 명령일 때에는,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끝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지침을 지닌다.

예를 들어, 기업이 소유한 어떤 서비스가 있는데, 그것이 어떤 사회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는 상황이 있다. 양의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개인이 그 서비스를 쓰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쓰는 것이, 혼자서 넘어가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상황을 가정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이 서비스는 그저 사설 기업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인프라와 같은 공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지금 잘 돌아가는 지배적인 서비스'에 손을 대는 선택지를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인프라의 성격을 지녀서 함부로 건드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서비스조차도, 기업이 온전히 소유한 사유자산이라는 이유로 엉터리 의사결정과 조급증, 기업이 영속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의해 위험한 모험을 반복하게 된다.

순진한 경영학에서는 이 문제를 결과론적으로 볼 것이다: '혁신'의 결과 그 기업이 영속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잘못 시행된 것이고, '혁신'의 결과 아무튼 기업이 살아남았다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그것을 옳은 선택일 것이다. 어느 쪽이건, 소비자는 경쟁적인 시장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고 문제는 없다. 이건 내가 경영학에 대해 가진 개인적 악감정을 담은 서술이고, 실제 경영학은 이만큼 순진하진 않다. 아니면 그냥 내가 그렇게 바라고 있는 거던가.

결과적으로, 어떤 성공한 서비스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의 영속성 욕망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나을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모든 성공한 서비스를 이 방법으로 살 수도 없을 것이고, 이미 세상 일의 일부분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서 뒷북 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해 두고 싶다.

잘 해서 시장을 지배한 결과가 경직성에 대한 요구이고, 그래서 강제로 '엑싯'시키자는 제안이 불만인가? 꼬우면 성공을 하지 마라. 세상에는 그게 모토인 프로젝트도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조심해서 행동을 하기를 요구받는다. 그가 가져 마땅한 권리가 있는 반면에, 그런 사람의 행동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비용의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업과 자본을 앞세우면 그런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마냥 행동하는 사람들이 싫다.


2025년 10월 11일

위에서는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품을 망가뜨리는 일에 대해서 썼는데, 좀 더 근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은 그냥 매출을 꾸준히 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어떤 방향의 제품 발전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구독제 구매가 아니라 일회성 구매를 하고 싶다거나, 좀 더 내구도가 좋은 제품을 쓰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 방향으로 발전한 제품을 제시하는 행위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끌어오기 위한 '근시안적인 행위'일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차피 시장 먹고 나면 다시 수익최적화를 위해 사라질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