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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유대교

유대교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가 필요하면 다른 곳을 찾는 게 맞을 것이다. 인터위키가 좀 더 대세가 되는 미래를 몽상하며 위키백과:유대교 항목에 링크나 걸어 둔다. 이 조각에서는 일단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유대교를 언급하는 사례들이 있어서 이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의 항목으로 정리하려 한다.

발터 벤야민의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에서 유대교는 신화적 폭력의 반대항인 신의 폭력을 설명하며 유대교를 언급한다. 법의 쓰임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체계를 재생산하는 그리스 신화적인 폭력에 비해, 압제를 해방하고 기존 법을 파괴하는 유대교의 구원하는 폭력. 나는 그 글을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이라는 맥락 안에서 읽었고 그 책은 반납한지 오래지만, 이 글에서 정리하는 데에는 윤유석님의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

레자 아슬란의 『인간화된 신』에서 유대교는 바빌론 유수를 계기로 일신교화된 사례로 다루어진다. 한 민족이 하나의 신을 믿고 민족의 승리가 신의 승리로 여겨지던 시절, 바빌로니아에 패배한 유대 민족이 신앙을 재정립한 결과라는 것이다.(pp.168-169) 아브라함의 신 엘과 모세의 신 야훼는 다른 신이었다고.(pp.161-163) 그에 의하면 기독교가 칼케돈 공의회에서 양성론을 채택한 것은 종교가 추상화되어가는 도상에서는(일신론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한다.(pp.192-193)

슬라보예 지젝의 『HOW TO READ 라캉』에서는 "유대교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는 신성한 법의 종교이기도 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p. 70)라는 문장이 있다. 수학자의 '자명하다'에 버금가는 이런 문장을 볼 때마다, 나는 어떤 합의가 이 개별 문장을 가능하게 했을지 궁금하고, 수학을 전공한 경험으로 봤을 때는 대충 내가 다른 사람에게 직접 묻지 않고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충 학사과정 4년에 대학원과정 2년은 헤메야 할 것 같다.

왜일까? 유대교에 유대법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이것의 존재 여부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다른 종교에는 그에 견줄 만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이것은 이제 전문가의 설명 없이는 잘못 이해하고 말 것이다) 아무튼 이 조각글 자체가, 이 문장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계기로 한 번 내가 읽은 서술들을 정리해야지 싶어 쓰게 되었다.

꽤 오래 전 읽은 책이지만 조철수의 『예수평전』을 언급해야 한다. 예수는 그가 살아있는 동안 유대인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내게 남아있는 개념이다. 여러 곳에서 호명되는 바리새 이외에, 사두개나 엣세네라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원래 대충 쓰고 올리려고 한 글인데,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그래도 하루치 글 쓰는 공을 들인 조각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