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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연구 너머의 가짜 어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민간어원 항목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이 연구하는 과학으로서의 어원론은 구체적인 자료와 과학적인 처리방법에 의해서 어원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민간어원은 객관적인 자료나 과학적인 방법이 없이 주로 음의 일치 내지는 유사에 의해서 본능적이고 직감적으로 일어나는 연상에 의한 통속적인 어원해석이다.

누군가가 잘못된 어원을 이야기할 때 저는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어렵게 느낍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 군대에서 총기를 수입한다고 할 때, 저는 수입을 일본어 手入れ가 넘어온 것이라고 거의 확신합니다만, 누군가는 그것이 영어 sweep에서 왔다고 할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총기를 '손질하는' 행위를 직접 가리키는 말을 '매절買い切り', '견적見積もり'과 같은 형태로 쓰게 되었다는 설명과, 총기에는 쓸 수 없는 '(빗자루 따위로) 쓸다'가 어떻게 돌고 돌아 총기를 손질하고 '청소'하는 행위를 가리키게 되었다는 설명 사이에는 큰 타당성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과학으로서 성립하는 논증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총기 '수입'의 어원을 밝히는 일이 과학으로서 성립할까요? 누군가가 한국군의 군사 문서를 뒤져서 수입의 용례를 찾고 일본제국군의 문서에서 手入れ의 용례를 찾아서 그것들을 연결하는 일을 할까요?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금까지 찾아보는 바로는 그런 연구는 발견하지 못했고, 어차피 그냥 이런 논증 선에서 정리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 어원에 대한 글은 오늘도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습니다. '봇물이 터지다'와 '떡을 치다'같은 관용어구가 성적인 함의를 지니므로 쓰면 안 된다는 의견은 인터넷에서 꽤 개진되고 있지요. 심지어는 가짜 어원을 부정하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으므로 사용을 삼가는 것이 낫다"라는 의견을 전적으로 부정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진짜로 '금일'을 '금요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청한다면, 금일 대신 오늘을 쓴다거나 날짜와 요일을 병기하는 게 실용적인 태도겠지요. 그러면 진짜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권위로 그런 잘못되어보이는 '변화'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바로잡을 필요성에 동의할 수는 있을까요?

'하나도 모른다' 이외에 '일도 모른다'가 언어생활에 더해지는 건 제 언어 사용에 채택하고 싶은 변화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커뮤니티가 사용한다고 해서 어떤 단어의 사용을 피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실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언어 사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를 근거로 퇴출되는 건 꽤 크게 화가 납니다. 저는 그런 혐의들을 반박하고 싶지만, 그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