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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 밀러(Lulu Miller)
역자: 정지인
출판사: 곰출판
출간일: 2021년 12월 17일
원서명: Why Fish Don't Exist: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
원서 출간일: 2020년

생각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트위터에서의 추천으로 구매했고 그대로 방치하다가 와이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최근에 이 블로그의 개별 꼭지들을 엮어서 어떤 화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와이프에게 공유하니까, 어떤 책인지 알지 못한 채 읽어보라고 권유를 받아 읽기 되었습니다.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를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하고, 조던의 삶을 따라갑니다. 그 궤적은 다윈의 『종의 기원』과 우생학, 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난 온갖 야만을 거쳐 그의 삶이 남긴 것과 저자 본인의 삶,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 대한 메세지로 마무리됩니다.

과학자의 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과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저자의 삶을 다룬 에세이 같기도 하면서 흡입력 있는 픽션같기도 한 기묘한 구성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제목에 대해서는 책 전반에 거쳐 이야기하지 않다가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로 제목이 이런 의미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에는 어떤 달성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구성이 좋습니다. 장황하지도 않고 깔끔하지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확신은 제 미덕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가 세상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말인 동시에, 확신이라는게 그렇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선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확신이 무섭고, 확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무섭고, 제가 그렇게 되는 것이 무섭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확신'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거대한 퇴보』를 인용한 문장이 나옵니다. 저는 확신이 무섭습니다.

다만 어떤 행동하는 사람들의 계기가 확신이라는 것은, 조금 의심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어떤 변모의 원인으로 스승의 (잘못된) 세계관을 물려받은 것을 지적하지만, 사람의 사고방식의 원인을 하나의 사건이나 하나의 핵심 사상으로 짚는 것은 제게는 신뢰할 수 있는 분석보다는 수사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저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 어떤 독불장군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원인 이외에도, 그러한 변모에는 좀 더 여러 사건들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이었으리라 추측합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광기의 사건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어떠한 징후들을 연계해서 생각해볼 때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 생각의 흐름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을 다시 읽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이야기가 샜지만, 왜 저자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 궁금증은 도망침 없이 해소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내용을 가능한 한 이야기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즐겼던 것처럼, 여러분도 예상 외의 즐거움을 맛봤으면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