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つくもごみ
저자: panpanya
출판사: 햐쿠센샤
출간일: 2025년 7월 31일
생각
『쓰쿠모고미』는 『상점가의 전진』에 이어 출간된 panpanya의 단편집입니다. 여태까지 읽은 단편집들이 좋아서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표제작인 「쓰쿠모고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오래 된 물건에 신이 깃든다는 일본의 민간신앙인 쓰쿠모가미(付喪神)에 쓰레기라는 뜻의 고미를 엮어 만든 단어가 제목인 이 만화의 첫 페이지는, 쓰레기처리시설에서 쓰레기봉투를 찢고 나온 봉제인형과 주인공이 만나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게에게 홀려서』에 대해 쓴 글에서 언급했지만, 만화적으로 묘사되는 등장인물과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배경의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 구성인데, 그 묘사가 가슴에 쿵 하고 찍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방 먹은 기분이네요. panpanya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단편만이라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러려면 일단 panpanya의 스타일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읽어보지 않으면 그 묘사가 왜 똑똑한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좋네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단편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아무도 없는 주유소에 도착해서 떠나지 못하게 되어버린 「내친걸음」이 보여주는 어떤 세계의 가능성, 떨어져나간 도로표지판이 뭐였을지 추리하는 「이 정도는 쉽지판」, 인간의 세상에서 살아남아가려는 동물들이 살아있을 곳을 찾는 「동물 신세」, 바로 옆에 횡단보도가 생겨버린 육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일본 육교 주식회사」 연작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파인애플을 파인+애플로 접근하는 「파인애플을 모르십니까」도 재미있었는데, 파인애플을 파인애플이라 부르는 언어가 몇 개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 다른 측면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어, 영어 이외의 언어로 번역할 때 어떻게 될까 싶지요.
이번 단편집은 아무래도 「쓰쿠모고미」와 「동물 신세」때문인지 감동적이었다는 감상입니다. 다음 단편집이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 나오겠지요? 다음 권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