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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Through the Darkest of Times

정진명

서지정보

게임명: Through the Darkest of Times
개발사: Paintbucket Games
배급사: HandyGames
출시일: 2020년 1월 31일
장르: 자원 관리, 역사

생각

『Through the Darkest of Times』는 나치가 정권을 잡은 30년대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레지스탕스 그룹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임입니다. 원래 살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닌데, 다른 게임을 살 때 이 게임을 끼워서 사면 원래 게임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번들이 있는 김에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작 그 게임보다 이 게임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같은 개발사의 게임은 되도록 출시 순서대로 하는 편입니다. 편의성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라)

한정된 자원을 써 가면서 생존하는 게임으로서 이 게임이 잘 만들어진 게임인가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잘 하는 장르는 아니고, 장르에서 평가가 좋은 컬티스트 시뮬레이터도 재미를 붙일 수 있냐 하면 아니었어서… 특히 이 게임은 역사를 다루고 소개한다는 특성상,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결과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폭이 넓을 수 없는 문제는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해도 기분나쁜 일들만 계속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나치가 권력을 쥐고 파멸을 위한 선로로 가는 과정을 잘 설명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되는 시점부터 패전까지 일어나는 일을 역사적 사건 범주로 묶어 스크립트로 보여주는데, 그 스크립트들과 게임 플레이가 엮여 역사적인 사건이 보여주는 거시적인 절망,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진척의 감각, 함께 일하던 동지들이 체포되고 사라지는 아픔, 그 과정에서 한 방 먹이는 짜릿함. 그리고 다시,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고통을 보여 주지요.

저는 역사의 '효용'을 이야기하자면 결국 오늘날에 어떠한 교훈을 주느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지금 플레이하게 된 이 게임은 최근의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최근 6개월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그 전까지 보여왔던 흐름들이 좀 더 떠올랐습니다. 민주 사회가 그 자리에 앉히지 않은 사람에게 견제받지 않는 권한이 주어져 있고, 타자에 대한 증오와 멸시를 바탕으로 정치 동력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들이 민주공화정의 절차적 권력을 해킹하려는 시도들 말이지요. 우리가 밟아온 길이 역사 속에 있던 어떤 길과 겹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역사의 효용 중 한 가지일 것입니다. 이 게임이 주는 경험이지요.

게임 측면에서 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논의를 심화시켜보면 많은 경우 효능감을 이야기합니다. 즉 자기가 하는 어떤 행동으로부터 다른, 더 노골적으로 말해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게임 자체가 유의미한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게임 이야기의 큰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떤 사람들이 높지 않은 평가를 주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 게임이 그렇고, 최근에 다룬 『The Walking Dead』를 비롯한 텔테일 어드벤처 게임도 그렇고, 『Pentiment』도 그랬습니다.

저는 게임의 가치에 대해 '재미를 주는 것'보다는 좀 넓혀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게임은 어떤 감정적인 변화를 유발해야 한다는 것이, 재미를 줘야 한다는 것보다는 확장된 이야기겠지요.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로부터 이어지는 어떤 게임들이 '실험적인 시도 이상으로, 최소한의 대중성을 갖춘'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아래 명제 중에서 최소한 셋 중 한 가지를 채택해서 기존의 좁은 정의를 완화해야 합니다: 하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 보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다. 둘, 게임은 승리/달성했을 때의 쾌감이 성취해야 할 하나의 목표가 아니며,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을 목표로 삼을 수 있으며 그 감정들에는 부정적인 감정도 포함된다. 셋,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최소한 이 정도는 말이 되는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저는 셋 다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글에서는 두 번째 맥락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이 학습을 목적으로 한 게임이냐 하면 아닐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사실과 다름 없이 표현하고 그것을 플레이어가 이해하는 것이 중심인 게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이 뛰어난 전략 게임이냐 하면 그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고만고만하고 비교하기 짜증나는 선택지들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더 즐길만한 전략 게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역사를 다루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을 다루는 게임으로서 충분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