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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The Séance of Blake Manor

정진명

서지정보

게임명: The Séance of Blake Manor
개발사: Spooky Doorway
배급사: Raw Fury
출시일: 2025년 10월 27일
장르: 추리, 시간 관리

생각

『The Séance of Blake Manor』, 번역하자면 『블레이크 저택의 교령회』 정도의 이름이 될 법한 이 게임은,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의 한 저택에서 예정된 교령회를 앞두고 실종된 사람을 찾는 의뢰를 받고 저택에 도착한 탐정 데클란 워드가 되어, 영매와 유령, 드루이드와 부두술사, 초능력자와 과학자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활보하는 저택에서 일어난 일을 파헤치고 일어날지 모르는 비극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오컬트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오컬트와 추리는 단어만 놓고 보면 반대되는 개념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꽤 떼어놓기 어렵고,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특히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역전재판』 시리즈도 그렇고, 『도시전설 해체센터』도 그렇고, 만화를 봐도 『민속탐정 야쿠모』나 『소년탐정 김전일』이 민속설화를 언급하는 방식이란, 오컬트와 추리 사이를 호러로 연결해서 그 위에서 곡예를 벌이는 식이지요.

『Ex급 도끼로 조선 재벌』의 영국 편에서도 언급되지만, 19세기 유럽은 과학과 기술이 세계에 문명을 전파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동시에 유령과 초능력이 사회의 명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시기입니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오컬트를 믿지 않던 도시생활자 주인공은 의뢰의 배경이 된 시골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오컬트를 목격하고 체험하게 됩니다. 이런 세팅은 플레이어에게 세계를 소개하고 몰입시키기 위한 설정일텐데(이 저택이 특이한 곳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오컬트는 실존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캐릭터는 유령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부분의 디자인 결정이 어떻게 일어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른 한편으로, 이 게임은 정해진 타임테이블에 따라 캐릭터들이 이동하고, 플레이어는 중요한 행동을 할 때마다 시간이 1분씩 지나기 때문에 시간 관리 게임의 성격이 있습니다. 힌트를 얻기 위해 상호작용해야 하는 오브젝트가 있고, 분위기에는 중요하지만 추리와는 상관 없는 대화, 지금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와는 다른 문제의 힌트 등 무엇과 상호작용할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꽤 후반부까지 '유의미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고민 아래에서 하게 됩니다. 처음 이 시스템을 접했을 때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튜토리얼(도착한 날 밤)도 끝내기 전에 게임을 껐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스무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을 오가며 진상을 파악하고 각각이 가진 문제에 접근하는 게임이라, PSP시절에 재미있게 했던 『인피니티 루프: 고성이 보여준 꿈』 생각이 났습니다. 아바타를 움직이고 시간관리를 하는 이 게임과 달리, 비주얼 노블식 스크립트 진행 기반 게임플레이에 플레이어 시점이 NPC에 붙어서 고정되고 다른 NPC와 같은 장소에 있을 때 그 NPC로 시점을 옮겨갈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이런 짜임새의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슬립 노 모어』가 국내에 들어와서 주변에서 자주 언급을 하던데, 거기에 힌트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