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게임명: The Last Sovereign
개발자: Sierra Lee
출시일: 2014년 11월 22일(최초 공개)
장르: 성인, RPG, 정치
생각
『The Last Sovereign』은 '야겜'입니다. 문장과 일러스트로 묘사된 섹스 장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 명의 남자 주인공과, 수십명의 여성 캐릭터들의 온갖 성행위 장면들을 다룹니다.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인간과 다른 종족으로 "서큐버스"가 나란히 서며, 폭군 인큐버스 왕이 악역으로 등장하고 여신의 가호를 받은 용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올려 더 어려운 전투에 도전하는 게임입니다.
『The Last Sovereign』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한정된 자원을 두고 의사 결정하도록 만드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사 결정의 대부분은 지닌 인적, 물적 자본을 어떻게 투자하여 우리가 원하는 세계에 가까워질지에 관한 의사 결정입니다. 산업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압제자가 사라진 후의 전후 처리, 종교 내부의 갈등과 공의회, 제국의 후계자의 국혼 등 다양한 국면에서 내가 이 사회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이 두 가지 속성이 이 게임에서는 교묘하게 교차되며 『The Last Sovereign』을 독창적인 게임으로 만듭니다. 1인 개발자가 만든 이 세계와 이야기는 독자적인 매력을 발휘하며, 10년에 걸쳐 쌓아올린 분량은 이런 프로젝트가 두 번 나오기 어려운 어떠한 집대성이라는 직감의 근거가 됩니다.
이 게임은 RPG Maker로 만들어졌고, RPG Maker로 만들어졌고 주목받는 여러 게임들처럼 게임 전반에 독창적인 아트가 돋보이는 게임은 아닙니다. 수동 세이브에 의존하고, 최적의 플레이를 놓쳤다고 생각했을 때 수 시간의 게임플레이를 거슬러올라가야 하는 고통을 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The Last Sovereign』은 제가 쉽게 채우지 못하는 지적 허영심을 채워줍니다. 저는 콘텐츠에서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킬 내용을 자주 찾습니다. 웹소설을 읽는다면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정수읠, 매드햇)처럼 문장과 인용과 장면으로 '문과뽕'을 내는 부분에 열광한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이 게임은 사회와 정치, 종교 등 여러 국면에서 제가 플레이어로서 의사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제게 만족감을 줍니다.
단지, 이 게임은 비교적 해피 엔딩이 있는 게임입니다. 매 국면마다 어느 정도 최적의 의사 결정이 존재하고, 몇 번의 세이브로드를 반복할 각오가 있는 플레이어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지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Suzerain』(Torpor Games, Fellow Traveller)같은 게임이 더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게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필요한' 섹스 이야기도 없고요. 하지만 저는 『The Last Sovereign』을 훨씬 오래 했습니다. 최적의 의사 결정이 없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너무 많이 겪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