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게임명: The Darkest Files
개발사: Paintbucket Games
배급사: Paintbucket Games
출시일: 2025년 3월 26일
장르: 추리, 법정
생각
『The Darkest Files』는 2차세계대전 이후 서독의 검사가 되어, 나치와 관련된 범죄를 기소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는 추리 게임입니다. '나치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실존인물인 프리츠 바우어과 함께 일하는 (가공의) 검사가 되어,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건에서, 엇갈리는 진술들과 증거들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임입니다.
『Through the Darkest of Times』에서 원래 사려고 했던 게임이 이건데,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괜찮아보이는 추리 게임이라서 사게 되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2017년 이후로 역전재판 신작이 나오기를… 누가 단간론파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주길… 바라는, 탈선불가능한 추리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괜찮은 게 없는지 항상 목말라 있는 편입니다.
이 게임은 일단 게임으로서 호평하게 되는데, 증거가 모이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여러 증언들과 증거들을 대조해서 사건에 대한 나(검사)만의 이론을 쌓아나가고, 이 증언을 듣고 세웠던 흐름을 다른 증언과 증거를 통해 수정하는 과정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법정 파트는 채점장에 가까운데, 법정이라는 상황이 주는 형식미를 포함해 즐겁습니다. 이런 식으로 복수 증인의 모순되는 메세지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임이 더 있으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취향이 아닌 부분을 언급하자면, 이 게임이 탈선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을 들어야겠네요. '탈선가능한'은 제가 추리 게임에서, '당신은 이 부분을 잘못 플레이했기 때문에, 이 실수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다시 해야 합니다'를 요구하는 게임을 가리킵니다. 사건이 끝날 때마다 채점지가 주어지는데, 이게 빈 칸이 있으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지요. 그렇다고 게임을 굳이 다시 하고 싶냐 하면 아니거든요. 제가 다이얼로그를 읽는 건 좋아하지만, 30분 전에 읽은 이야기를 다시 읽는 걸 즐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 '퍼펙트 클리어'를 의식하며 게임을 하면, 도중에 뭔가 실수를 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바로 로드를 하게 되지요. 처음 할 때는 집중해서 읽었던 이야기를 다시 시도할 때는 대충 넘기게 되고요. 스토리 위주의 게임에서 이런 요소들은 가능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여지를 '자유도' 혹은 '진정한 선택'과 함께 없애버린 장르를 레일 슈터 장르에 빗대 레일 추리라고 부르는데,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은 아닙니다. 검사인 내가 뭘 잘못해서 피고들에게 주는 형량이 달라지거나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게임일 수는 있겠지만요.
이 게임의 무게는, 이 게임의 많은 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는 데에서 올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나치 가담자를 법정에 세운 프리츠 바우어를 등장시키거나, 실제로 있었고 이후 법정을 거쳐 세상 빛을 본 사건들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도 주인공과 동료들이 겪는 협박과 공격, 자신을 낳은 사회에 메스를 들이대는데 대한 내적 갈등 같은 것들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습니다. 중년 남성이 말하는 사회 정의에 대한 독백 메세지를 영어 더빙으로 듣는 게 유치한 것 같습니까? 적어도 이 게임의 라이팅은 제게 그런 생각을 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