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치팅 컬처
저자: 데이비드 캘러헌(David Callahan)
역자: 강미경
출판사: 서돌
출간일: 2008년 12월 29일
원서명: The Cheating Culture: Why More Americans Are Doing Wrong to Get Ahead
원서 출간일: 2004년
생각
『치팅 컬처』는 『속국 민주주의론』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미국에 만연한 속임수 문화를 진단,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기업, 스포츠, 진학 등 돈과 명예가 걸린 분야에서부터 탈세, 유선망 도둑질, 음반 불법 다운로드 등 계급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도둑질까지 많은 비윤리적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무형의 정신을 '속임수 문화'로 지칭하는 것이죠.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혹을 팝니다』와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에서는 이익에 근거하여 과학적 합의, 즉 지식을 왜곡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발을 봤지요. 이 책은 이익이 도덕적 합의를 왜곡하는 현상에 대한 고발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는 어떤 기준이 있지만, 그 기준이 날이 갈수록 성공과 부, 성과와 자본 논리로 쏠리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편 냅스터로 대표되는(국내로 치자면 '소리바다'라고 할 수 있겠죠)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를 비판하는 부분은 조금 의아한데, 이건 음원 불법 다운로드 문제와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크게 신경쓰이게 되지 않았는지의 역사를 묵격한 2025년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요. 이 책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죄다 속임수의 도구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그다지 이런 부분에서는 조금 옛날 책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2025년에 이 책을 쓴다면 디지털 사기에 대해서도 쓸 말이 많겠지요. ChatGPT가 교육에 끼친 영향이라거나, 어떤 게임회사들이 게임 광고를 어떻게 굴리는지 같은 것들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이런 복제가능한 문화상품(음악, 게임, 도서, 만화)의 소비 윤리에 관한 것은 따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정도의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원서가 출간된 뒤 20년이 지난 뒤 읽는 책이지만, 이 책이 짚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오늘날 더 심각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도 보이지요. 이 책의 문제 제기에 동의합니다. 문제의 원인에도 대강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우리가 소비하기를 멈출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자본의 월권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월권한 자본의 견제를 극복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요? 전망은 어두워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사회 변혁에 휩쓸려 가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