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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민주주의론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속국 민주주의론
저자: 우치다 다쓰루(内田 樹), 시라이 사토시(白井 聡)
역자: 정선태
출판사: 모요사
출간일: 2018년 2월 26일
원서명: 属国民主主義論
원서 출간일: 2016년

생각

『속국 민주주의론』은 『문자와 국가』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는 『무지의 즐거움』이라는 기획으로 알게 되고, 시라이 사토시는 『영속패전론』이라는 책으로 접하게 되어, 둘의 대담이 궁금하여 서가에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분들 너무 세태에 대한 비판을 쉽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비난이 원색적인 것이야 그럴 수도 있나 싶지만, 옛날 정치인들은 이렇지 않았다느니(pp.77-90), 요즘 젊은이들은 키보드를 쓸 줄도 모르고(pp.159-160) 문단의 첫 글자를 띄어쓰기 할 줄도 모른다는(p.219) 언급은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정도로만 읽혔습니다.

원가를 절감한 버스투어의 버스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사건에 '가격이 싸면 당연히 하자가 있고 사람들이 이걸 모르는 것마냥 행동한다'는 코멘트를 하고 '나도 젊을 때 그런 버스를 탔지만 죽지는 않았다'같은 말을 붙이는 건… 대담이 재미있게 진행되었을 수는 있는데 저한테는 잡설처럼 느껴졌습니다.(pp.178-181.)

여러 현상들에 대한 언급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요즘 30대는 30대처럼 안 보인다는 것이나(저자들은 학생운동이라는 통과의례를 치르지 않아서 아닌가 하고 논의를 전개합니다. pp.210-213), 킹찍탈이나 선망국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본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사람들과 파멸을 바라는 사람들(pp.230-253) 같은 꼭지에서는 두 사회의 공통적인 병폐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지방도시 살생부』에서 비판한, 유지 불가능한 지방도시의 확장적인 개발이 일본에서는 그래도 고령자를 역 주변으로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는 콤팩트 시티 구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거나(저자들은 그렇게 고령자를 모아봤자 그들의 삶이 단절되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p.299), 젊은이가 지방을 버리고 도시, 수도로 쏠리는 현상의 원인을 '일자리와 기회'가 아니라 '도회의 자극적이고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 사치스러운 생활, 짜릿한 경쟁 감각'(p.182) 같은 데에서 찾는 데에는 두 사회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의 마무리는 끝없는 성장 없이 성립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종말이 도래했으며, 거기에 대한 반동으로 성장을 계속하려는 군사적 움직임에 유의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할 일을 하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만, 글쎄요. '속국'인 일본과 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국이 '종주국'의 폭주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득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저 자신이 민주주의 세계의 주권자로서 책임을 지고 행동해야겠지요. 그것 하나는 확실한 이야기입니다. 설령 저자들의 분석에 100% 동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