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시드 마이어 -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저자: 시드 마이어(Sid Meier), 제니퍼 리 누넌(Jennifer Noonan)
역자: 이미령
출판사: 영진닷컴
출간일: 2021년 6월 25일
원서명: Sid Meier's Memoir!: A Life in Computer Games
원서 출간일: 2020년
생각
『시드 마이어』는 『게임, 세상을 보녣 또 하나의 창』 다음으로 고른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요 몇 년간 유명한 게임을 만든 과정에 대한 책이 여럿 나왔고 직업 상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 흐지부지 미루고 있던 것을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던 도중 알게 된 거지만, 리디북스 위시리스트에도 넣어놨더라고요.
이 책은 시드 마이어가 처음 게임을 만들던 시절부터, 최근 시점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여러 일들과 자신의 생각을 그 시기에 발표한 타이틀과 묶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은 책입니다. 게임 개발이 지금과 많이 달랐을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여러 이야기를 굵직하고 또 위트있게 다루었습니다.
시드 마이어가 여러 번 변주한 말로 게임은 "일련의 흥미로운 결정(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는데, 게임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어떤 결정을 어느 타이밍에 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고통스럽지요. 이 책에는 업계에서 듣는 게임을 만드는 일에 대한 여러 방법론들이 시드 마이어의 버전으로 다루어지는데, 그 때 그 말이 이 책에서 나왔었나, 같이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드 마이어가 직접 개발한 게임을 해 보고 그 디자인 이야기를 읽었으면 좀 감회가 달랐을텐데, 아쉽게도 저는 『문명 3』부터 해본 사람이라.
그 외에도 게임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한 그의 시선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불법'복제, 폭력성과 총기난사, 표절과 영감, 문명에서 독일, 중국, 소련의 리더로 누가 적합하며 누가 논쟁의 대상이었는지, 비평의 대상으로서의 게임….
하지만 제일 인상깊은 생각은 그가 자신이 지나온 발자취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재 작업 중인 일, 그리고 앞으로 할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려 한다는 것(p. 365)입니다. 사람은 오늘을 삽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취나 과거의 실패에 필요 이상 구속되려는 압력 속에 살고 있지요. 시드 마이어의 과거를 읽는 건 결국 제 오늘날에 써먹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보다 나중에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제가 그런 무언가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곁가지. 이 책은 '간디 루머'를 다룹니다. 간디의 군사적 공격성이 1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2 되는 경우 언더플로우가 발생해 아주 큰 값이 되어버린다는 내용의 hoax가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그 유래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요. 이것 자체는 인상적인 덮어쓰기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33 법칙'에 대해서 국내에서 조금 이상하게 퍼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기존 버전의 1/3은 그대로 두고, 1/3은 업데이트하고, 1/3은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는 내용인데, 이 책에서는 『문명』 디자이너의 (새 버전을 만들 때의) 규칙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최근작 『문명 7』의 개발자 일지에는 '시드 마이어가 속편을 개발할 때의 규칙'이라고 적혀 있지요. 국내에서는 이게 왠지 모르게 "파이락시스의 개발 원칙"이라고 적혀 있는데, 유명 위키형 커뮤니티에서 파이락시스 게임즈 문서에 해당 원칙이 서술된 것을 계기로 몇몇 기사들에 유사하게 인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시드 마이어의 이름이 붙은 시리즈"와 "문명 (본편) 시리즈"와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게임들"이 엄밀히 구분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