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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세상을 바꾸는 언어
저자: 양정철
출판사: 메디치
출간일: 2018년 1월 25일

생각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정서법에 대한 관심도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도 있어 대여하게 되었고, 민주주의에 관한 책들을 읽은 과정에서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어 지금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우선 느낀 점은, 이 책 제목만큼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이 다는 금배지 이야기를 하는 꼭지라거나, 애국 이야기를 하는 꼭지에서는 '내가 또 출판 마케팅에 당해버렸군'이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정치 이야기 절반, 언어 이야기 절반이 여기저기 섞인 책이라고 이해하고 읽는 게 나은 책입니다. 제가 빌린 책에는 위 이미지같은 띠지가 없어서, 표지만으로는 조금 정치적 관여가 높은 책이라고 알기 어렵죠. (뒷표지까지 봤어야 했다….)

언어 규범에 대한 주장과 사회 규범에 대한 주장이 섞이는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언어 규범상 수동태에 대한 비판은 고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본인의 감정에 대해 '~한 것 같다'를 비판하는 것만큼이나, 그 말이 실제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없애려 든다고 생각하는 편이지요. 하지만 언론의 언어에서 수동태를 활용하여 행위자를 숨기는 행태를 비판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가자가 폭격받고 어린이들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세상이니까요. 이런 차이들을 곱씹으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의 언어 부분은 솔직히 말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에 대해서도 좀 회의적입니다. 애국과 민주주의, 그리고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분리되지 못하고 섞인 내용은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을 부제로 단 책에서 "말이 필요없는 게 있다. 애국이다."(p.209)같은 표현을 포함하며, 학벌주의를 비판하면서도(pp.71-77) '무식 국어'를 지적하고(p.144), '언론은 왕조시대 언어를 삼가야 한다'며 대권, 패권, ○○대군 같은 단어 사용을 비판하지만(pp.138-140), 정작 전직 대통령이 호학(好學) 군주 스타일이라는 평을 그대로 인용합니다(p.229).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겪은 이야기, 또 그것을 언어적으로 다룬 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정치인의 삶의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 그것을 정치 관계자의 글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