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사법통역의 이론과 실제
저자: 이지은
출판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출간일: 2017년 3월 14일
생각
『사법 통역의 이론과 실제』는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사법 통역이 무엇인지 다루고, 그것이 적용되는 여러 환경을 소개하며 독자가 그런 환경에서 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전공 교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법 통역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같은 기초적인 부분부터 그것의 현황, 자주 맞닥뜨리는 문제, 사법 통역이 잘 수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포함한 제언까지 사법 통역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사법 제도라는 것이,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개인의 특성에 따라 공정함을 이루는 데 실패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발화의 정밀도나 언어활동이 법조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같은 것이 기본적으로 상상됩니다. 통역이 필요한 상황은 더 심하겠지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은 꽤 끔찍할 것입니다. 통역이라는 일 자체의 어려움까지 생각하면, 그 무게를 함부로 재기 어려운 일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사법 현장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통역자가 그 사이에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은 조금 이상주의적 접근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오늘과 같이 짜여 있는 현장에서 통역사의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문제가 계속된다면 결국 오늘날처럼 현장이 짜이게 된 근거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지요. 중립성에 대한 요구가 틀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해지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사법의 이념이 추구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많은 상황에서 사법 통역의 원칙과 사법 통역사의 직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르므로 흑백논리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p.107)라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는 사법 현장에 대해서 잘 모르고 통역도 잘 모르지만, 사법 통역이 필요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사법 통역이 그 의도한 바대로 동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큼은 막연하게나마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