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
저자: 이영성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출간일: 2008년 5월 16일
생각
『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한국의 저널리스트』시리즈의 한 권으로, 한국일보의 정치부에서 오래 활동한 이영성 기자의 사설, 회고를 묶어 낸 책입니다.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장기대여한 책 중 한 권으로, 『도둑의 도시 가이드』 다음으로 올리는 책이네요.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게 된 배경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오늘과 같은 보도를 하게 되는지 궁금해서였고, 기자 개인을 조명하는 책을 통해서 그것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잊기 쉽기는 하지만, 거대한 담론의 대상인 언론도 결국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취재 대상과 상호작용하고, 상사와 동료들이 있는 환경에서 보도를 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 이 책입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새로 쓴 글이 아니라, 이영성 기자가 실제로 특정한 시점에 당시의 사건에 대해 쓴 사설이어서 그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뭐 동교동계가 어떻니 3당 합당이 어떻니 같은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당시의 날선 비판들은 이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걸 보는 것이 꽤 낯설기도 합니다.
저는 책을 읽고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모습을 보라. 당신이 이 책을 쓸 때 했던 분석과 오늘날의 모습은 얼마나 이어지는가?" 저자인 이영성 기자는 맺는말 성격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그 앞에서 겸손해지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은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을 찾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 '성장과 일자리'만을 외치거나 '분배와 사회적 형평'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는 한국사에서 일컫는 '민주화' 시대에 살지는 않았기 때문에, 으레 쓰이는 "민주화 이후"라는 것이 딱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는 모두 민주화 이후였기 때문이지요. 그 때 우리는 무슨 시대정신을 찾고 있었을까요? 책이 출간된 2008년 전후에는 확실히 성장이냐 분배냐 가지고 논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는 내 집값이 오르냐 내 전세보증금이 오르냐로 싸우고 있는 것에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맞이하는 문제를 보면, 글쎄요. 민주화가 지나간 시대정신이라고 여기고 다른 시대정신을 찾는 것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태어나기 전 문제는 그렇다 치고, 이 시대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건 이 시대를 사는 제게도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정작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적어도 이 책이 저보다 조금 더 앞선 시기에 자신의 일을 하신 분의 경험담으로 와닿는 지점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