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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여동생은 알고 있다 1권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妹は知っている
저자: 간기 마리(雁木万里)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출간일: 2025년 3월 6일

생각

『여동생은 알고 있다』는 재미없는 사람 취급 받는 주인공이 사실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여동생을 서술자로 제시하는, 텐션이 높지 않은 개그 만화입니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과 고민을 다루는 일상물이라고 할까요. 아마존에서 1권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간에 한 번 읽어보고, 괜찮은 것 같아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미키 기이치로는 직장에서 무리에 끼지 않는 것에 딱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으며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라디오의 엽서 투고 개그 코너에 엽서가 자주 채택되는, 유머를 만드는 데 진지하고 실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인 셈이지요.

일단 개그 만화로서 꽤 괜찮습니다. 잔잔하지만 반전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복선을 깔아두는 형식이 소재와 잘 맞고 뭐가 복선으로 작동할지 주의깊게 읽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 재미있습니다. 그림체는 무표정한 주요 인물을… 이거 3D 렌더링 기반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무표정하고 기계적으로 묘사하는데 이게 작품 분위기랑 맞는 감각도 있어서 흥미롭고요. 지금 사회에서 일단 잘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현 상황에 불만이 있고 어떤 부조화가 있는, 미묘한 아웃사이더들의 삶의 고민에 대해 짚어주는 지점들은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얕잡아보이고 착취당하기 쉬운 미덕'을 강조하게 위해 주변인들을 알기 쉬운 악역으로 만드는 포인트는 그렇게 묘사하는게 맞아 보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콘텐츠(갈등의 소재나 유머의 소재, 애초에 오기리(大喜利)부터)가 꽤 로컬적이라서 일본에서 생활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국내 독자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데에는 장벽으로 작용하겠지요.

저는 유머는 설명해야 하면 실패한 거라는 말을 싫어하고, 유머를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이런 책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언급된 유머를 설명하는 종류의 기획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밝히지도 않고/숨기지도 않는 유머와 헛소리 계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보니 주인공에게 남들 이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연찮게 좋은 만화를 만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