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천 개의 고원
저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역자: 김재인
출판사: 새물결
출간일: 2001년 6월 30일
원서명: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2
원서 출간일: 1980년
생각
『천 개의 고원』은 『안티 오이디푸스』에 이어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함께 쓴 책입니다. 『안티 오이디푸스』에는 자본주의와 분열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이 책에는 그 부제에 2가 붙어 있는데, 전권에서는 자본주의와 분열증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에 꽤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 부제는 좀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다만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건 알 것 같네요.
제가 이걸 읽기로 결심한 건 그냥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이 책이 탈주니 리좀이니 하는 개념을 다룬다는 걸 알게 되고, 게임 모딩에 관해서 생각하다가 플레이어 한 명 한 명의 저장장치에 담겨 있는 소프트웨어들과 그들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이런 개념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치기어린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1권이 있다고 해서 그것도 읽고, 해설서를 먼저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것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딱 1,000페이지를 맞춘 이 책을 대출기간연장도 한 번 해서 21일 안에 읽기 위해서, 하루에 50페이지씩 잡고 이해가 되건 안 되건 진도를 나간 결과,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이렇게 읽어서 이해하거나 음미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겠지요.
결국은 제가 아는 범주에서 이 책을 해석하게 되는데(역자 서문에서, 권말 해설에서 하지 말라고 한 짓이지만) 영토와 탈영토화 같은 개념들의 관계에서 쌍대 공간을 떠올린다거나, 다양체(manifold)와 다양체(multiplicité)를 같은 것으로 봐야 할지라거나, 속도는 본질을 변형하지 않은 채 더하거나 뺄 수 없다고 하는 서술을 보며 상대 속도를 떠올리거나 하는 것이죠. 국가의 폭력 이야기만 나오면 『법의 힘』을 떠올린다거나, 바둑과 장기를 비교하는 장면에서 바둑과 체스로 동양의 건축과 서양의 건축을 비교한 무슨 책도 떠올리고요.
짧은 기간 동안 무언가를 확실히 얻어가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글이 묘사하는 수평선과 수직선, 탈주하는 선들을 머리 속에 그어 가며 생각나는 그림들을 연결하려고 하며 읽었습니다. 뭐가 남은 것 같으면서도, 어떤 생각이 남았는지는 모르겠네요. 뭐 필요하다면 다시 빌려서 읽으면 되겠지요. 집 근처 도서관에는 없어서 상호대차까지 해야 하는 책입니다만.
1,000페이지를 딱 맞춘 편집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어사전이 원어-한국어 쌍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한국어-원어 쌍으로 되어 있었으면(그러기 어려웠을 것 도 같지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