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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엄벌하다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가난을 엄벌하다
저자: 로익 바캉(Loïc Wacquant)
역자: 류재화
출판사: 시사IN북
출간일: 2010년 5월 20일
원서명: Les prisons de la misère
원서 출간일: 1999년

생각

『가난을 엄벌하다』는 『각자장』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이 책이 나온 1999년에 유럽에 강하게 스며들고있는 형벌국가 체계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0년에서야 출간되었는데, 번역자 분이 힘써 주셔서 비교적 최신(~2009년)의 저자의 인터뷰도 실렸습니다.

사회가 범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는 꽤나 단순한 직관으로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멋모르고 직관으로 답했다가 끝없이 반박을 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범죄에 대한 본능적 혐오와 거부감, 일견 정당해보이는 "내가 '그런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 의지로 발현되는지.

최근의 미국에서 ICE의 구금과 추방 같은 조치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법 집행이라는 것이 딱히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요. 국내의 집회 상황에서 경찰들의 행동도 비슷한 인상을 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직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요: 법정립적 폭력과 법보존적 폭력이 쉬이 구분되지 않는 까닭입니다.

저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접하고 별 반박 없이 동의해왔는데, (깨진 유리창 이론을 언급하는 사례는 많아도 반론하는 걸 현실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이 근거삼은 경범죄에 대한 불관용에 의한 뉴욕의 중범죄 감소가 신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중범죄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정책을 시행 전부터 감소중이었고, 그러지 않은 주에서도 비슷한 감소가 관측되었다는 것이죠. 나아가, 그것이 형무의 민영화와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고 있다고도 하지요.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부권적 자유주의(libéral-paternaliste)라 말하며, 상위 계층에게는 자유를, 하위 계층에게는 간섭을 부과하는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사회적 강자가 도덕적 직관을 무기삼아, 약자들을 옭아매는 모습―니체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이 참 우스꽝스러운데요. 범죄자는 사회복지제도의 도움을 박탈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에 사람들의 동의하는 것이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가진 자들의 범죄에는 관대하면서 말입니다.

무대가 다르지만, 『거대한 퇴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감시국가로 들어서는 인도의 사례를 읽고 나니, 사회 약자들을 대하는 국가들, 나아가 그것들을 지지하는 주권자들이라는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