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
저자: 이케가야 이사오(池谷伊佐夫)
역자: 박노인
출판사: 신한미디어
출간일: 1999년 8월 15일
원서명: 東京古書店グラフィティ
원서 출간일: 1996년
생각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는 『폴리글랏 프로그래밍』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조금 가벼운 걸 읽고 싶어서 책장에 있는 책 중 얇은 걸 골랐습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일본, 원서명이 가리키듯 도쿄에 있는 여러 헌책방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일러스트레이션해 모아놓은 책입니다. 책 한권한권이 선으로 세밀하게 묘사되어있고 애교있게 표현된 종업원들과, 군데군데 손글씨로 적혀 있는 여러 코멘트들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중간중간 에세이도 섞여 있는데, 장서가로서의 애환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나(저 말고 다른 사람이 책의 '보관 가격'을 계산하는 걸 오랜만에 봐서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헌책의 여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즐거웠습니다.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인 헌책방의 조감도 일러스트에 포함된 설명문이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장들은 헌책방의 좁은 세로 통로에 쓰여 있어서 그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식자하기 어렵겠고, 이 설명문까지 일러스트처럼 느껴진다(마치 일본 만화의 '효과음'이 영어권에서 그림처럼 취급되어 번역되지 않는 것처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별도의 공간에 써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문장들이 너무 번역체라거나, 저자명을 표기하고 괄호 안에 원문을 넣는 관습에서 편집이 조금 이상하다거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1999년 번역된 책이니만큼 일본어 역서에 대한 기대가 오늘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책에 대해 쓴 출간소식기사를 찾았는데, 무려 기자 이름을 한자로 쓰는 시절이었군요….
각자 다른 모습의 헌책방의 오밀조밀한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읽어 볼만한 책 아닐까요. 여기 적혀 있는 곳들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갈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남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원서 출간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