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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저자: 마쓰 구스타로
역자: 박성민
출판사: 눌와
출간일: 2021년 8월 6일
원서명: 究極の文字を求めて
원서 출간일: 2018년

생각

은평구립도서관이 장기 휴관을 하게 되면서, 내년 2월 말까지 최대 50권의 책을 장기대여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하여,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빌려왔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빌린 서른아홉 권 중의 한 권입니다.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는, 취미로 자작 문자를 만들던 사람이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검토하며, 그 결과 자신이 만든 궁극의 문자를 맺는말에서 선보인다는 구성으로,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주로 그 문자의 생김새와 함께 소개하는 것이 내용입니다. 책 전체 분량이 길지 않고 전체적으로 유머를 빼놓지 않는 구성이 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같습니다.

일단 그 유머가 중2병, 여고생, 쿨비즈 같은 걸 언급하는 2018년 일본 유머라서 2025년 한국 사회 사람에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는 게 사소한 문제이고, 진지해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도 유머를 쓰고 설명은 부족해 "이런 문자가 세상에 존재한다" 빼고는 뭘 사실로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는 건 앞의 것보다는 좀 덜 사소해 보이는 문제입니다. 박스 안에 "…참고로 파키스탄Pakistan의 'P'는 펀자브Punjab의 P이다." 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게 다른 박스 안에 있는 농담들이랑 같은 급인지 자투리 정보와 같은 급인지 모르겠어서 당황할 정도로는요.(검색해 보니, 파키스탄의 국명은 파키스탄을 구성하는 다섯 개 지역 이름의 스펠링을 조합한 조어로 알려져 있어서 '자투리 정보'였습니다.)

바벨』(가스통 도렌, 미래의창)을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감상을 받았는데, 저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혹은 그의 일부분)를 소개하는 책이라면 이것보다는 좀 더 각 언어와 그 사용자가 존중받았으면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농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칸나다 문자는 텔루구 문자와 달리 윗부분이 멋들어진 머리 모양인데, 이것은 벵갈루루의 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만큼 의식수준이 높아서 아닐까"같은 서술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다양한 ○○을 소개한다"는 기획 자체가 세계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진 수많은 개별적인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타자화하지 않을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서른아홉 권 중 한 권을 끝냈습니다. 이번에 빌린 서른아홉 권의 책 중에 이 책이 가볍게 읽을 순서로는 거의 맨 앞에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보통 이것보다 무거운데, 원래 읽고 있는 책까지 포함하면 과연 반납 때 몇 권이나 건드리지 않은 채 반납하게 될지 두려워집니다. 뭐, 최소한 도서관에 자고 있을 책 산책이라도 시켜줬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