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내일을 여는 작가: 여름 특별호(통권 91호) 깃발들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자: 김은평 외
출판사: 한국작가회의/청색종이
출간일: 2025년 8월 26일
생각
한국작가회의의 계간잡지 『내일을 여는 작가』에 특별히 편성된 2025 여름 특별호, 「깃발들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은 2024년 12월 3일의 계엄 사태 이후 광장으로 나온 기수들의 기고를 받아 엮은 책입니다. 부끄러운 글입니다만 저도 기고할 기회를 얻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대며 말을 꼬아다가 한 토막 보태었는데, 여러 분들의 노고를 거쳐 출간된 것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여러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이 한 사람처럼 생각할 수는 없지요. 그때 광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한 가지 목적을 그 자리에 나왔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떤 두 사람을 골라도 그들의 머리속에 세부가 똑같은 미래의 그림이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을 드러낸다면 그 자리에서 싸울 수도 있는 그림들도 많았겠지요.
이 책은 그런 그림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우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지금의 체계를 지켜내고, 이런 차이를 균열로 만들어 버리는 지금의 체계를 개선하자는 의지로 엮인 그림이지요. 이 시점에 이렇게 이런 글들이 엮인 책이 나온 것은, 그 때를 돌이켜보기 좋은 계기가 되겠습니다.
여러 글 중에서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기수님이 지적해주신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집회가 길어지면서 독립 기수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외국인 참가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일이 있었죠. 저는 당시에 집회가 길어질수록 이런 일의 빈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기력하게 그런 일이 안 일어나기를, 그런 일을 막기 어려워지기 전에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서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 속에 묻어버렸지요. 이 글이 상기시키기 전까지 말이지요. 우리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일을 해야 하며, 이제는 저도 조금씩 그 일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진력해주신 정은경 편집주간님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 분들과 제 못난 글을 덮을 수 있도록 훌륭한 글을 써 주신 기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글을 지금까지 읽어주시고 앞으로도 읽어주실 수 있는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