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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정진명

서지정보

서명: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저자: 이경혁
출판사: 로고폴리스
출간일: 2016년 8월 2일

생각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은 『호모 루덴스』 다음으로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게임에 대해서 뭔가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게임 비평도 게임에 대해서 뭔가 쓰는 작업이니까, 제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15~2016년간 연재한 글을 다듬어 엮은 것입니다. 어떻게 말하자면 1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 때에도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나 10년을 거쳐 가며 체득한 것들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새로 알게 된 것도 있어서 골고루 얽혀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게임의 자유도를 '다양성'과 '상상의 질료성'으로 나눈 분석은 제게 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게임의 자유도란 무엇인가?"는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진입로가 잘못된 질문처럼 여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거기에 대해서 굳이 그런 질문을 하지 않고 게임을 만들어 왔지요. 적어도 자유도라는 단어를 구현된 선택지와 반응의 다양성과 구현된 내용을 보고 플레이어가 다양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태의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면, 어떤 식으로 경험을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좋은 어휘가 될 것 같습니다.

반면 "확률형 아이템을 기획하는 사람의 업무는 게임 기획이 아니라 마케팅 기획"(pp. 317-318), "게임의 영역은 게임에서 풀고 마케팅의 영역은 마케팅에서 풀어야"(p. 318) 같은 이야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BM 기획이 게임 기획과 분리된 것처럼 여겨지는 시절이 있긴 했지만 지금 많은 서비스형 게임은 게임 경험과 BM이 융합되고 있습니다. 패키지를 파는 게임이라고 상태가 딱히 낫지는 않지요. 대부분의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게임들은 제품을 만드는 고민과 제품을 파는 것에 대한 고민을 분리할 수 있지도 않아 보입니다. 재무적인 성공, 최소한 생존이 그들의 우선순위에서 앞쪽에 있는 한 말이지요.

항상 그렇지만, 저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저자에게 "이 책을 써서 그 시점에 고정된 생각을 공개한 이후 관찰한 것을 통해, 덧붙이고 싶은 바가 있는가?"를 궁금해하게 됩니다. 어느 새인가 시들해진 게임 중독 담론. 이 책을 썼을 때보다는 좀 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은 이스포츠. 저자의 분석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거나 반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게임들의 출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읽게 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좀 더 공부를 많이 해야 저도 좀 더 길고 구조가 있는 글에 도전해볼 텐데, 제게는 아직 먼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