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정보
서명: 동성 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 M. V. 리 배지트
역자: 김현경, 한빛나
발행처: (주)민음사
출간일: 2016년 3월 11일
원서명: When Gay People Get Married: What Happens When Societies Legalize Same-Sex Marriage
원서 출간일: 2009년 8월 1일
생각
'동성 결혼'이라는 말은 같은 성별 간의 결혼이라는 1차적인 의미에서, 그런 단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적 영역에 있는 결혼 제도가 같은 성별 간의 결혼을 포함하도록 법과 제도, 나아가 인식을 개편한다는 의미까지 넓은 영역을 포함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동성간의 결혼이나 그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사회의 사례를 기반으로, 동성 결혼이 사회의 인식, 동성 커플, 결혼 제도 등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정리하고 그 함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주로 보았고, 출간 당시의 미국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중점으로 쓰인 감이 있고, 한국에는 좀 더 늦게 출간되었다. 그리고 내가 읽은 것은 최근이다. 이 책 이후로도 일본과 대만 등의 움직임, 국내에서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동성 부부 등 여러 사례가 있어서 지금은 최신 사례를 더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 그 사회의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과 의사결정들 하나하나를 호명하고,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를 물어 답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민이 투표장에 가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표를 주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은행에 예금하는 일은 화폐제를 채택하고 금융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지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에 무언가를 남기기 전에 자기 스스로 검열을 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자유가 제한적인 사회임을 방증하는 것이며,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어떤 부류의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크게 다르고 또 다르도록 강제되는 만큼 그 사회는 계급주의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종류의 행동은 반복되고, 인류 보편적이지도 않지만 그런 이름을 마땅히 붙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관혼상제와 관련된 부분이 그렇고, 여러 조직 내의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관습적으로 그렇게 여겨지는 행동들이 그렇다. 어떻게 말하자면 '전통'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살아온 방식'이라고 말해보려고 한다. 이 방식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사회가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방식에, 자본주의를 실행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는 힘있는 사상이다.
결혼은, 살아온 방식인 동시에 제도적으로 굳어있는 부분도 있는 장치이다. 동성 결혼에 찬성하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동성 결혼이 제도적으로 허가되면 달라지는 것은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게 된다는 것밖에 없다"라고 하지만, 내려놓고 말하자면 그것은 구호일 따름이다.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의 빗장을 푸는 것은 당연히 결혼이라는 살아온 방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단지 그 구호는 동성 결혼이 일어나면 사회가 무너지리라, 질서가 파괴되리라 하는 누명에 대한 반박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누명은 이 책이 보여주듯이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나는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자유를 추구하고, 동시에 그러한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제되지 않고 연대하는 사회의 가치를 믿는다. 살아온 방식의 힘은 크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원활히 돌려 준다. 그러나 그것이 이러한 가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타협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건에 대해서는 살아온 방식이 양보할 여지가 꽤 크다고 본다.